스쳐 지나면 잊힐
철 지난 원두막같이 서 있는
팔당 옛 역
큰물져 벌겋게 황토진
강 위에 누워있는
녹슨 철길 옆으로
기차가 달릴 땐
멍석말이 되던 풍경들이
보풀어지며 천천히 펼쳐진다
연보라 쑥부쟁이
부끄러운 손짓 곁엔
잔뜩 웅크리다
바짓가랑이에 악착스럽게 덤비는
꼭두서니 가시 열매
되돌리기엔 너무 깊은
불편한 인연을 벗어나고자
껑충껑충 침목을 건너지르는
외진 시간.
저녁 안개가 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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