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먹이를 주시겠습니까?
어떤 먹이를 주시겠습니까?
  • 윤미애
  • 승인 2019.08.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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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덩치가 크고 말투가 투박한 사람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수감된 지 22년, 그 긴 시간이 그에게 어떻게 흐른 걸까요? 그는 지금 겉모습과는 다른 속내를 가졌습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형님 역할을 합니다. 그런 그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나타나고, 곧 가석방도 될 겁니다. “세상에 원망 없습니다. 감사할 일만 남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오는 민철 씨 이야기입니다.

교도소에서의 시간이 누구에게는 하나하나 덜어내고 가벼워지는 시간이 될 것이고, 누구에게는 미움을 강하게 새기는 시간이 될 테지요. 우리의 삶을 교도소에 비교하기는 좀 뭣하지만 비슷한 구석도 있는 것 같네요. 교도소라는 공간에 갇혀 살 듯 생각에 갇혀 살곤 하니까요. 문제는 어떤 생각에 갇혀있느냐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은 ‘감사’라는 생각에 갇혀 살지요. 그들은 입에 감사가 달라붙어 있지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줍니다. 사소한 일에도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작은 경험들에도 감동하며 행복해합니다. 그 사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지지요.

딱 반대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원망’이라는 생각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지요. 화내고 원망하고 남 욕, 남 탓 하느라 바쁩니다. 수십 년 전 일어났던 일들도 매일 복습을 하는지 잊어버리지도 않고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경험해 가는 일상은 불평을 늘어놓을 또 하나의 소재를 제공할 뿐입니다.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아마 본인은 모를 겁니다. 본인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불행하도록 민폐를 끼치지요.

천국과 지옥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천국과 지옥은 무엇을 먹고 자랄까요? 에크하르트는 “지옥에서 영혼을 벌하는 것은 자기의지나 다른 종류의 연료라기보다는 오로지 결핍입니다.”라고 합니다. 에크하르트의 말을 달리 표현해보면 지옥은 결핍을 먹고 자란다고 할 수 있지요.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핍감은 원망을 자아냅니다. 그 결핍을 다 불태워야 그때야 지옥이 끝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천국은 무엇을 연료로 할까요? 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들 천국은 감사를 먹고 자란다고 하더군요.

‘감사’가 주된 키워드가 되면 무엇을 보든 좋은 점을 더 크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이 더 편안하고 좋아집니다. 감사가 또 솟아납니다. 천국이 그렇게 확장되는 것이지요. ‘결핍, 원망’이 키워드가 되면 무엇을 보든 결점을 먼저 찾아냅니다. 마음이 더 불편해지고 화가 나지요. 원망이 더 자라납니다. 지옥 같은 삶의 연속입니다.

한번은 남편과 함께 장가계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곳으로 그 비경을 자랑하지요. 헌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남편만 가게 되었어요. 그땐 정말 이상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여행을 떠난 사람이 부럽지가 않은 거예요. 그저 기도하며 보내는 일상이 너무나 감사한 겁니다. 물론 장가계에 갔다면 새로운 경험들에 감사했겠지요. 그런데 가지 않고 여기서 누리는 은혜가 너무나 감사한 겁니다. 그때 올라온 고백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요, 모든 것이 감사로구나.’ 그러면서 소망했지요. ‘이런 의식이 확장되고 영적으로 더욱 충만하기를.’

허나 애석하게도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하여 나는 오늘도 싸움을 합니다. 천국과 지옥이 갈라지는 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때론 천국으로 들어가고 때론 지옥으로 들어갑니다. 부디 주의 은혜로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고 지극한 평화가 임하기를 그저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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