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익어가는 소리
여름이 익어가는 소리
  • 윤미애
  • 승인 2019.08.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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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들려주는 소리가 여기저기 가득합니다. 집 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는 아침을 열어줍니다.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소리 같아요. 풀벌레 소리도 다양합니다. 높은 소리, 낮은 소리, 긴 소리 그리고 짧은 소리가 어우러집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소리는 시원합니다. 지붕을 뚫어버릴 것만 같아요. 빗소리에 빛의 속도로 반응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무섭게 개구리들의 합창이 시작됩니다. 비가 내리는 것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간간히 들려주는 바람의 소리는 그저 반갑습니다. 모두 자신의 소리를 내느라 바빠요. 그렇게 다양한 소리를 내며 여름은 익어가나 봅니다.

여름 소리 중 빼놓으면 서운할 소리가 있으니 바로 매미 소리입니다. 매미가 엄청난 기세로 울어댑니다. 더워서가 아니라 매미 소리 때문에 문을 닫고 에어컨을 작동시켜야 할 정도입니다. 데시벨이 어느 정도 될까요? 고음으로 계속 질러대니 듣고 있기가 때론 고통스럽습니다.

매미는 여름 한 철을 살기위해 7년여를 땅 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것으로 유명하죠. 긴 세월을 견디고 견뎌 맞이한 여름, 그들은 아주 뜨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에겐 견디기 힘든, 때로는 스트레스 지수를 확 올려놓는 바로 그 노래를요.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소리는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한 수컷의 처절하고 애절한 몸부림이라네요. 7년을 기다렸을 매미를 생각해보면 온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리 생각에는 한 철을 살자고 7년을 기다리나 싶기도 한데, 그건 우리 생각이죠. 매미는 매미답게 살다가 가면 되니까요. 그럼 그걸로 족할 테니까요.

여름을 만들어가는 자연의 소리들을 들으며 잠시 멈춥니다. 나는 과연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떤 소리를 내야할까 생각해 봅니다. 매미가 그러하듯 나도 나다운 소리를 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다운 나의 소리를 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성경에서 한 해답을 찾아봅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빌립보 교인들에게 전한 사도바울의 말입니다. NIV 성경은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를 ‘to his good purpose’라 적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위해서 혹은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위해서 우리 마음에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신다는 것이지요. 혹시 나의 소리를 내며 산다는 것은 그 소원을 찾고 그 소원을 이루어가는 것 아닐까요? 내가 지어낸 소원이 아닌 하나님이 심어 두신 소원을요. 그렇다면 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그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야겠습니다. 그리고 행해야지요.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으니 가을이 곧 소리 없이 찾아오겠지요. 여름이 익어가듯 나의 소리도 잘 익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길 바라며, 뭉클함을 선사했던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읊조리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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