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
치악
  • 김욱동
  • 승인 2019.08.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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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떡이며 숨 고르는
통일호열차 맨 뒤 칸
무임승차한 바람이
조심스럽게 속삭입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치악역 광장
온기 없는 나무의자에 기댄
몇 닢 낙엽이
하품을 삼키며 손가락질 합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등때기를 지지는 빨간 고추랑
자꾸만 푸른 하늘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고추잠자리 떼
여덟 개 우주의 유혹
분홍·자주·희고, 붉은 코스모스들

그보다
텅 빈 대합실
누구도 없이 그리워하는
마음속엔 또렷이
계절이 농(濃)익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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