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길들이기
감정 길들이기
  • 윤미애
  • 승인 2019.07.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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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한참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생떼를 쓰던 시절에도 번번이 거절했지요. 여러 핑계를 둘러댔지만 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이유였을 겁니다. 주변에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개는 가족이지요. 물론 그들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에게 개는 그리 친근한 동물은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개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우리 부부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그것입니다. 아이러니죠?

방문객들에게 혹은 주인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나쁜’ 개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 전반부의 이야기입니다. 후반부, 반전이 일어나죠. 전문가가 등장하여 개를 보며 진단을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훈련을 시키죠. 마치 마법을 부린 듯합니다. 너무나도 온순하고 ‘착한’ 개로 바뀌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그리 지었나 봅니다. 나쁜 개는 없고 그 개가 살아온 환경이나 견주의 태도가 나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개의 변화를 보면서 머릿속에 스친 생각입니다. 단지 감정이 있을 뿐입니다. 나를 보호해주고 표현하기 위해 감정들이 찾아온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 감정들이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배워가야 합니다. 마구 날뛰지 못하도록 길들이면서.

좋게 느껴지는 감정들은 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들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고통에 대해 어찌해야할지 모를 때 폭력이 일어난다.”고 파커 파머는 말했습니다. 고통이 있으면 부정적 감정이 따라 오지요. 크든 작든,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지요. 그런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니 폭력이 수반된다는 것이지요. 폭력이라고 해서 꼭 물리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면 과자를 먹거나 뭔가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먹으려고 합니다. 감정을 무시하려고, 부정적 감정을 지닌 채 먹으니 위가 행복해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잠을 자버리기도 합니다. 감정을 피하기 위해 나에게 수동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나한테 그러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족들에게 화난 얼굴로 날카롭게 말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가족들 입장에선 그저 억울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요? 몇 가지 생각을 해 봅니다. 일단은 부정적 감정이 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말하는지를 살펴보는 겁니다. 그 후에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화가 납니다. 그러면 화가 났음을 인정하고 그 화를 느껴봅니다. 그리고 그 화가 어디서 온 것인지 원인을 찾아봅니다. 가진 생각과 마주하는 현실이 다르기에 화가 나지요. 그러니 생각을 점검합니다. 그 생각이 잘못 되었다면 생각을 바꿉니다. 생각이 맞는다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을 견지하고 행동합니다. 믿음으로 행하는 것이 화를 풀어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는 행복하니까 웃을까요 아니면 웃으면 행복해질까요? 이 질문에 제임스-랑게 이론은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신체와 정서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이론입니다. 몸을 달리하면 느낌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신체적 변화를 주거나 행동을 달리 함으로 느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웃다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입니다. 화가 나도 화에게 넘어가지 말고 웃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벼운 산책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부정적 정서에 휩싸일 때,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시나요? 감정을 어떻게 길들이고 계신가요? 감정이 없는 척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선택하는 겁니다. 그 느낌 그대로 있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바꾸는 것이 좋을지. 성경도 우리에게 말하잖아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엡 4:26)

장맛비와 더불어 불쾌한 느낌이 듭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여러 일들도 있습니다. 화가 납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합니다.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심호흡을 합니다.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척 합니다. 생각들을 점검해 봅니다. 잘못된 생각은 바꾸고, 아니라면 밀고 나가리라 다짐합니다. 이렇게 감정을 길들이다 보면 감정이 주인이 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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