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크다고 큰 종인가?
교회가 크다고 큰 종인가?
  • 송근종
  • 승인 2019.06.29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 두 군데서 건축에 관련 세미나가 있어서 그중의 한 곳을 다녀왔다. 교회 건축을 앞두고 건축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교회가 참석하여 준비된 자리가 부족하였다. 나중에 다른 세미나에 참석한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곳도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참석 인원을 통해서 가늠해보면 아무리 건축 불경기라 하지만 교회 건축만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실제로 주변 곳곳에서 교회가 건축되는 것을 보면 그런 예상이 과히 틀리지만은 않은 거 같다.

세미나 중 듣는 이야기는 교회가 충분한 예산확보와 더불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건축을 시작하지 않으면 교회와 건설업체 서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 건축이라는 것이 물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도와 믿음이 더해질 때 은혜로운 건축이 된다. 하지만 믿음과 현실예산 규모의 상관관계에서 균형을 잃고 너무 한쪽에 치우쳐 건축하다 보면 눈살 찌푸리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당연한 상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회 건축 현장에서는 상식 이하의 일들이 ‘믿음’이란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건설 업자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건설현장이 바로 교회 건축 현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교회 측의 몰상식한 일들이 많은가보다.

세미나를 비롯하여 여러 교회들에서 교회 건축에 관계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로 귀결되는 요점이 바로 너무 무리하게 건축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지역변화와 더불어 교인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여 교회를 크게 짓는데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신도시에 건축한 교회 중에 한두 교회는 폭발적인 성장으로 큰 예배당에 교인이 가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건축한 교회들은 현상 유지 내지는 교인이 줄어서 빚 감당이 어려워 선교 및 교육 교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차라리 예배 횟수를 늘리더라도 적당한 규모의 예배당에 교인이 가득한 가운데 예배드리는 것이 훨씬 더 은혜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빚을 내서 건축한 후에 성도들이 빚을 갚는 일에 매몰되다 보니 신앙의 기쁨도 사라지고 자녀손들에게는 멋진 신앙의 유산이 아닌 빚만 물려주는 것이 오늘의 교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건축을 시작하면 왜 마음이 변하는 걸까? ‘이왕에 건축하는 거 크게 짓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될까? 먼저, 목회자를 비롯하여 교회 평신도 지도자들이 그릇된 성장론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당대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 혹은 교회가 커야 하나님이 이 시대에 크게 쓰시는 종이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교회라고 보는 잘못된 시선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성경을 보면 누더기 옷을 입고 광야에서 소리치던 세례 요한과 같은 이가 하나님께 귀히 쓰임 받았다. 예수님께는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이가 없다’고 칭찬을 받기도 하였다. 초대교회 중에서 예루살렘교회와 같은 대형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는가? 아니면 지중해 연안의 수리아 안디옥에서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무덤 등지에 세워져 선교사를 파송하였던 작은 교회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는가?

오늘 이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각각의 지역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하여 선교와 전도 사명을 감당하며 지역을 섬기는 교회들이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는 교회이다. 비록 세상적으로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두 명의 교인만 남은 섬교회에서 그들의 마지막 천국행을 돕고 있는 목회자가 정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종이다.

오늘 이 시대에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는 종이라는 것은 대형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맡겨주신 소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종이 바로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는 종이라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