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진열대 위에
반듯하게 놓여 있던 어젯밤
내장을 몽땅 쏟아내고선
청테이프로 봉합되어
아파트 단지로 실려나간다
국이랑 찬이랑 속에 것
다 내어주고도 며느리 눈치 보듯
베란다 구석에서 숨도 못 쉬다
관리실 재활용 안내 방송에
밤새 한기에 콜록거린다
굴피 껍데기 같은 손
손수레에 실려 꼭두새벽
쌀값, 관절염 약값으로
주정뱅이 외아들 소주 값으로
셈하다 화들짝 땅바닥에 떨어지자
뒤돌아 본 할머니 외마디 소리
‘아이고, 돈 떨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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