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박스
  • 김욱동
  • 승인 2019.06.0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마트 진열대 위에
반듯하게 놓여 있던 어젯밤
내장을 몽땅 쏟아내고선
청테이프로 봉합되어
아파트 단지로 실려나간다

국이랑 찬이랑 속에 것
다 내어주고도 며느리 눈치 보듯
베란다 구석에서 숨도 못 쉬다
관리실 재활용 안내 방송에
밤새 한기에 콜록거린다

굴피 껍데기 같은 손
손수레에 실려 꼭두새벽
쌀값, 관절염 약값으로
주정뱅이 외아들 소주 값으로
셈하다 화들짝 땅바닥에 떨어지자

뒤돌아 본 할머니 외마디 소리
‘아이고, 돈 떨어졌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