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앞에서
문제 앞에서
  • 윤미애
  • 승인 2019.06.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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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여자인 제 입장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아주 매력적인 드라마였죠.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곤 했는데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군인인 남자주인공이 의사인 여자주인공에게 묻습니다. 왜 의사가 되었냐고요.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국영수를 잘해서요.”라고요. 현실을 아주 정확히 반영한 대사라서 백 퍼센트 공감하며 웃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비롯해 공부를 잘하는 것이 필수지요.

고등학교 때의 한 친구가 생각납니다.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그 친구는 공부를 아주 잘했습니다. 수학만 빼놓고요. 헌데, 아시지요? 이과는 수학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더니 결국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성품이 좋은 친구였기에 아마 지금은 좋은 의사 선생님이 되어있을 겁니다.

수학공부와 수학시험 그리고 인생에 대해 잠깐 생각해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도록 하죠. 혹시 생각하기도 싫으세요? 사실 저도 그래요. 그러나 잠깐 수학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되어볼게요. 시험지를 받으면 일단 문제가 주어집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문제를 잘 읽는 것입니다. 문제를 잘못 읽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문제를 파악한 후 이용해야 할 공식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푸는 거죠.

인생도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문제가 주어지는 시험장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우선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죠. 문제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어떤 공식을 이용해 문제를 풀까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가진 자원들을 점검합니다. 어떤 자원을 사용할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 듯 부딪치며 경험하며 답을 찾아갑니다.

4지선다형의 객관식 문제로 가득 채워진 시험은 찍기만 잘해도 맞출 확률이 25%나 되니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풀기 힘든 주관식 문제가 더 큰 고민인데 부분점수라는 것이 있으니 일단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고 풀어갈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주니 다행인 거죠.

물론 수학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학공부에 끈질김과 집요함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 문제를 가지고 며칠을 고민하면 일취월장하게 된답니다. 고민 없이 해답지를 보는 것은 순간의 어려움을 넘어가게 해주지만 수학실력을 꾸준히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해요. 평상시에 꾸준히 끈질기고 집요하게 공부를 해야 시험을 제대로 볼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살다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해답지를 보고 싶은 유혹이 생기죠. 누군가에게 묻고 싶고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이 손바닥에 답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답을 보고 풀면 실력이 덜 쌓이듯이, 누군가 대신해주면 소용이 없어요. 비슷한 문제를 만나면 풀지 못해 또다시 고민하게 될 테니까요.

누구나 탁월한 인생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에 후자에 속한다면, 인생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끈질김과 집요함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요. 어릴 때는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노력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지요. 인생이라는 긴 학교에서도 그래서 어쩌면 재능보다는 끈질기게 노력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어요. 아니 어쩌면 노력이 더 큰 재능인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을 때는 방법을 찾지만,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구실을 찾는다.”

제프 고퍼스의 말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풀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로 들립니다. 문제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향해 던지는 말인 것도 같습니다. 에고고, 그만 일어서서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혹시 당신도 주저하고 있다면 같이 일어서면 어떨까요? 우리, 이번에 주어진 문제는 잘 풀어보기로 해요. 부디 좋은 성적 얻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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