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通路)를 막지 말라
통로(通路)를 막지 말라
  • 송근종
  • 승인 2019.05.2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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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5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직후 회항해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났다. 이 화재로 인해 여객기 안에 타고 있던 78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41명이 사망하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의하면 당시 41명의 사망자 대부분은 두 개의 통로 중 한쪽 통로의 사람들이다.

그러면 똑같은 여객기 안에서 각각의 통로를 이용해 탈출하는데 왜, 한쪽 통로에서만 더 많은 사망자가 생겼을까?

여객기는 특성상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다. 만일 어떤 사람이 캐리어까지 끌고 나가면 뒤에 있는 사람은 그 만큼 거리나 속도에 있어서 뒤처진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당시 여객기 꼬리 부분에 화재가 나서 사람들은 앞다투어 통로를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였다. 특히 한쪽의 승객들은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캐리어를 그냥 놔두고 서로의 목숨을 우선하여 빈 몸으로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대부분의 승객들이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다른 한쪽의 승객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이유는 여객기 앞 자석에 앉았던 남자 승객 한 명이 수화물 칸에 얹었던 자신의 캐리어를 꺼내 가고자 지체하는 동안에 일부 승객들도 따라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그 라인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망하였다. 한 사람의 이기심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고, 그로 인해 무고한 수많은 승객들이 안타깝게 죽어간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는 어떤가? 아마도 러시아 여객기 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년층은 자신의 기득권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은 채 젊은층의 희생을 당연한 듯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고생을 해 봐야 자신들이 지나 온 고난의 세월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젊은층도 마찬가지로 취업, 결혼, 육아, 교육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고 있다. 힘들게 같이 살기보다는 소확행과 같이 혼자서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여객기 화재와 같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남이야 죽던 말든 자신의 캐리어 챙기기에만 바쁘다. 그 결과 현실의 문제들보다도 더 큰 문제들이 서서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교회와 교단 그리고 학교와 동문회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장마철에 물꼬를 터 주어야 둑 안의 모든 벼들이 물에 쓰러지지 않고 숨을 쉬어 열매를 맺다. 그런데 일부 선배 목회자들이 그 물꼬를 막고 서서는 모두를 쓰러지게 만드는 일들이 빈번해 지고 있다.

감리사의 경우를 예들면, 어느 지방회의 경우는 선배 목회자가 너무 많아서 후배 목회자는 아예 은퇴할 때까지 감리사 할 기회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후배들이 행정력을 가지고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고자 해도 아예 그 기회조차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지방에서는 반백을 넘긴 후배 목회자가 못 미더워서 선배 목회자가 이미 감리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재임 감리사가 된 이들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어느 지방에서는 자신의 은퇴와 관련해 우호적인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방회의 합의를 무시하고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선배 목회자 하는 말이 “그까짓 감리사 하면 뭐 하냐”는 것이다. 권력욕에 눈 버리지 말고 후배들은 목회 본분에만 충실 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왜 감독이나 감리사가 되려고 하시는가? 왜 지도자의 자리에 앉으려고 애를 쓰실까? 이 모든 것이 연기 가득한 여객기 안에서 통로를 막고 자신의 짐을 챙기는 앞 사람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아마도 위와 같이 말씀하시는 분들도 성경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부족한 필자가 성경말씀을 또다시 들려드리는 것은 예가 아닐 것 같아 일반인들도 많이 아는 노자사상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소개한다. ‘상선약수’란 직역하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것이다. 의역하면 ‘몸을 낮추어 겸손하며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삶’을 비유한다.

굳이 물이 위에서부터 흘러야 한다면 권력욕과 이기심의 물이 아닌 겸손과 섬김과 사랑의 물이 흐르면 좋겠다.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 떠받들리면 좋겠다.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죽음의 통로가 생명의 통로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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