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하면 떠오르는 생각
근면하면 떠오르는 생각
  • 민돈원
  • 승인 2019.05.14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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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년 전 대부분의 농촌 마을 입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있었다. 근면(勤勉), 자조(自助), 협동(協同)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당시 교실 앞의 흰 액자 속에 담겨진 중 고등학교의 교훈이나 급훈의 대부분이 ‘근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소중한 정신적 가치였다고 여겨진다. 1950년대 전쟁 폐허 이후 가난과 굶주림, 질병으로 고통당하던 우리 민족은 게다가 다 출산으로 인한 대가족 사회였던지라 농업 이외는 그다지 보장된 경제활동이 없어 생존의 위협을 받던 시대였다. 따라서 그나마 근면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유지가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우리 옛 선조들은 자급자족할 거리로써 집에서 가마니도 만들고 베틀도 짜고 소나 가축을 길러 5일 장날 이것들을 가지고 물물교환을 하여 한 푼의 돈을 마련하고 아끼는 방식으로 그렇게 근근이 살아갔다. 따라서 근검절약이 몸에 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선조들의 익숙한 삶의 방식이었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서도 최근 신세대와는 달리 알게 모르게 이런 근검절약 정신이 생활속에서 자연스러우리만치 배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몇 일전 페이스북에 평소 알고 있는 목사님이 시중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는데 이 분의 부인이 그 영수증을 훑어보더니 자신이 그것을 구입했더라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을 거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로서 교회 안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을 얼마든지 접하게 된다. 교회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다양한 지출 건 중에 예컨대 사무용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경우가 있을 때 교회 재정을 절약하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방법 중 일례를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구입코자 하는 제품의 해당 가격이 어떤가 하여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여 하게 된다. 그럴 경우 같은 정품일지라도 여러 다른 판매처를 검색하여 비교 검토 후 같은 제품이라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곤 한다. 만약 평소 구입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좀 더 수고를 하더라도 다음 날 재검색하며 저렴한 쪽을 찾을 때도 있다. 이는 사람이 쪼잔 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교회 재정이 열악해질까 걱정과 염려가 되서도 아니다. 이렇게 하는 오직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교회 재정의 불필요한 누수를 막아 단 몇 푼이라도 절약하고자 하는 목회자가 가진 재정관의 발로(發露)에서다.

돌이켜 보니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 목회하든지 사례비가 적어 쪼들려 본 적이 없다. 가는 곳마다 부채가 있는 교회는 부채를 갚거나, 교회재정이 마이너스재정이었던 교회는 플러스로 바뀌어 졌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른 교회로 임지를 이동할 때는 수천에서 수억까지 적립을 해 놓고 떠났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요, 그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실제 성도들이 교회재정에서 어느 제품 하나를 구입하는데 있어 지출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작게는 수천원에서 수 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나아가 비록 큰 공사가 아닌 작은 공사를 하는 경우일지라도 지금까지 수 백 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봄으로써 불필요한 교회 재정 손실을 막아 재정을 최대한 늘릴 수 있음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금만 더 수고하거나 교회 재정을 내 호주머니에서 지출되는 것 이상으로 애정과 섬김의 마음을 가지면 매년 교회 재정의 플러스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이 절약은 목회자만이 아니라 지출 건이 따르는 모든 부서담당자 역시 함께 조금만 수고하고 신중하면 할 수 있는 목록들이 많다. 그런 몇 가지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교회용 자동차 보험료 비교견적, 교회 공사건이나 자동차 수리 시 비교견적후 시행, 사무용품 구입 시 가격 성능비교 후 구입, 담임자 승용차 유류비 절약방안 장거리 대중교통 이용, 외부강사 초청시(숙박, 식사) 자발적 대접, 회의나 기관별 회식비를 공금이 아닌 기꺼이 자부담내지는 섬기는 분들이 늘어나는 훈훈한 분위기 조성, 등

없을 때야 물론 근검절약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넉넉하기에 어쩌면 더 근검절약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넉넉하기에 힘든 것을 몰라 절제가 안 된 나머지 부패할 수 있고, 없는 자의 고통을 진정으로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면과 근검절약 내가 먼저 앞장 서야 하고, 교회가 본을 보여야 한다. 구시대의 낡은 정신이라고 냉대하며 치부될 일이 아니다. 풍요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엄연히 계승해야 할 존엄한 가치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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