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연리지
  • 김욱동
  • 승인 2019.05.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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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잡지 못한 손
기둥과 들보로 맺어져
염천 8월 매미 소리
짙푸른 구룡사 하늘 누각

넓고 고요한 마루
까만 솔잎 끝 이슬이
휘도록 숙인 어깨너머로
잦아드는 범종 소리에 구르는데
스님은 먼 산만 바라보고

목마른 질그릇 잔
더운 물 붓던 먹 장삼 끝
떨리다 멈춘 그 짧고 긴 순간
불보다 뜨거운 정
가슴을 흔들며 무너지는 법열

억겁의 흐름이 잠시 쉰
긴 긴 한나절
흑암 속 칠 년을 기다린
애끓는 미물의 울음이
설핏 해 기우는 암자의 풍경을 흔든다.

* 연리지(連理枝) -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하나가 된 것. 남녀 사이의 사랑을 뜻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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