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줄그으면 수박이 되나?
호박에 줄그으면 수박이 되나?
  • 민돈원
  • 승인 2019.04.09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박은 우리나라 여름이면 들판이나 담과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밥상에 오르는 무공해 음식중 하나다. 이런 호박은 연한 잎도 쌈으로 먹고 떡을 만드는데도 쓰이며 열매가 열려 어린 애호박일 때는 상큼한 음식으로 밥상에 오르고 나중에 누렇게 늙은 호박이 되면 호박죽으로 일미일품이다. 게다가 호박씨 또한 통증완화 견과류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으니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랄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특히 늙은 호박이 가장 인기가 있을 때가 있다. 예컨대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몸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고생할 때 호박 철이 아니어서 구하기 힘든 경우 웃돈을 주고라도 구해야 할 만큼 귀할 때가 있다.

오래 전 첫 목회시절 때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한 후 몸의 부기가 빠지지 않아 고생할 때였다. 의학사전에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 하지만 그래도 부기에 호박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때 지난 이 늙은 호박을 구하기 위해 당시 교회가 있던 근방 시골 교인 집과 온 동네를 수소문 하여 어렵사리 그나마 작은 것이라도 2개 정도를 찾아냈다. 그 귀한 호박이지만 당시 시골에서는 흔해서인지 그다지 귀하게 안 여겨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방치하다보니 한 겨울 지나면 먹지도 못한 채 그 호박들이 대부분 썩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7월경에는 호박이 열리기 전인지라 단 하나를 구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더군다나 애호박도 아닌 햇볕을 받아 늙은 호박을 구하는 것은 보물찾기보다 더 힘들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겨우 작은 호박 두 개를 구해서 아내에게 먹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예부터 호박을 흔히들 여성의 얼굴을 비하 할 때 등장시키곤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토록 고마운 호박을 왜 푸대접 하는지, 말 못하는 호박이어서 그렇지 나라도 나서서 대변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운 호박이다. 아마도 그 식물에 대한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과 인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본다. 더욱이 호박의 용도와 효용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그 식물로서의 존재감이 단연 으뜸수준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의 통념 속에 호박은 비교 대상에서 열등한 것에 비유되기 일쑤이다. 한편 우리주위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대표적인 말 중에 하나를 보아도 그렇다. 그런 말중에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나?’이다. 가만히 이 속담을 들여다보면 왜 또 호박을 하필 수박에 비유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호박은 호박이고 수박은 수박인데 말이다. 굳이 열매로 따진다면 같은 한 그루 심은 호박이 수박보다 훨씬 많은 열매를 내지 않을까?

호박의 줄기가 뻗어나가는 넝쿨을 보라! 담에도, 지붕에도 올라가 열리는 매우 번식력 높은 특이한 식물이다. 한번 심어놓으면 크게 돌보는 일 없어도 주인을 힘들게 하지 않고 알아서 제 마음껏 온 들판을 다니다 덩그런 호박을 맺혀내고야 만다. 비록 잎은 다 시들어도 가을 녘 무렵 늙은 호박 덩어리는 영양 만점으로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처럼 호박의 용도가 다르고 수박의 식용가치가 다른데 왜 이 둘을 짓궂게 비교대상에 놓았을까? 역시 재차 품게 되는 의문이다.

호박은 식탁에 영양가 있는 음식이고, 수박은 더운 여름날에 각광받는 최고의 인기과일로써 탄수화물이 풍부하기로 단연 으뜸에 속하는 과일이다. 이처럼 둘 다 다른 용도로 우리 인체에 도움을 주는 매우 유익한 음식이요 과일이다.

이번에는 내 나름대로 호박 흉보기보다는 수박을 호박에 비교하여 이런 각도에서 흠집을 찾아보았다. 우선 늙은 호박인 경우 누런색으로 겉과 속의 색이 똑같다. 그러나 익은 수박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고 하는데 수박으로 말하자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 비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라고 색다른 가정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부분적으로 보아서 그렇지 결국 왜곡된 시각이다. 왜냐하면 수박은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과육이 부드럽고 달콤하니 이 또한 수박을 보이는 것만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고 판단할 소지가 못되기 때문이다. 이러고 보니 이 두 가지 호박과 수박예찬론을 펴면서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음식이나 사물은 물론 특히 사람을 볼 때 너무 경솔하게 외모로 판단하는 습성이나 왜곡된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경향으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소중한 장점을 놓치는 것은 물론 지나치게 자기잣대로 사는 독선에 빠질 우려가 다분하다. 호박과 수박이 각각 다르게 지닌 영양의 효용성과 쓰임새, 우리 몸의 효과에 있어서 모두 유익하게 해 주는 음식과 과일임을 감안하면 결코 생김새만을 속단하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논리로 판단한 나머지 부정적인 입담으로나 문장으로 남겨진 속담이 되는 일은 이 후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주는 그런 멘탈로 살아갈 때 각박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을 한 층 더 웃음기가 만연하고 화기애애한 평화로운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