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100년
  • 김재용
  • 승인 2019.03.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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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50

1919년 3월 1일 대한문 광장 앞에서 울려 퍼진 만세 소리가 삼천리 반도를 흔들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되는 올해 전국 각처에서 삼일만세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또한 방송 매체는 특별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통해 100주년의 의미를 새기게 하였다. 몇 몇 프로그램 중에서 KBS스페셜이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과 100년을 함께 한 4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프로그램에는 ‘애국지사 임우철(1920년생) 할아버지’, ‘녹차로 유명한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사는 이미례(1918년생) 할머니’, ‘각당복지재단 김옥라(1918년생) 명예이사장’, ‘현역으로 현재도 그림을 그리는 이준(1919년생) 화백’의 100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등장하는 4인이 건강한 백세를 살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100년 이상을 살아가면서 대한민국의 역사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애국지사 임우철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으로 수감된 생활과 조국을 위해 헌신한 신념에 대해 소개되었고, 녹차마을의 102세 이미례 할머니의 경우는 남편이 지리산 빨치산 토벌대에 징집되기도 했던 사실이 소개되었다.

“100년을 살았죠. 올해부터 101살이니까 새 출발이에요.” 1953년 ‘만추’로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대통령상 수상 이후, 2018년 2월부터 5월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자신의 100세 기념전까지. 이준(1919년생) 화백은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런 이준 화백은 100년을 넘겼고 다시 101 살이니 새 출발이라는 말로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화가의 모습이 비춰졌다. 전쟁터에서 활동하며 그림을 그리고 홍보하는 일도 함께 했던 화백은 무엇보다 동족이 나뉘어 죽이며 싸운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피력했다.

대한민국에 걸스카우트 운동을 시작하고, 호스피스 사역과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감리교회의 자랑인 김옥라 장로가 등장했다. 전쟁 속에서 반생을 살아온 여인의 태극기라는 호칭이 붙었는데, 그녀의 신념을 보여주는 한 마디 문장을 말한다면 “살아있는 한 뭔가 해야 돼요.”로 표현할 수 있다. 각당복지재단 김옥라(1918년생) 명예이사장은 은퇴 후 지금도 서재에서 컴퓨터로 공부하고 글을 쓰며 열심히 살고 있다. 방송은 학창 시절 때 다니던 학교가 폐교됐고 일본 유학중에는 공장으로 끌려가는 등,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해방을 맞고서야 귀국했으며, 문교부 사무관으로 재직한 경험, 걸스카우트를 창립하게 된 경험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방송에서 네 분의 모습을 보면서 유행하는 ‘소확행’에 대해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를 포함한 신조어인데 이 분들에게서 ‘소확행’ 소박한 평범한 삶이지만 확실한 신념으로 행동하며 살아온 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조국의 역사와 함께 자신들의 일상에서 소박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신념 속에서 행동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10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백세시대를 맞이한다고 하지만, 백세를 살아도 의미 없이 지긋지긋하다면 그것은 지옥이다. 40을 살아도 의미 있게 살아간다면 역사와 산천은 열사와 의사로 기억하게 된다. 굳이 그런 호칭이 아니더라도 인생과 역사 속에서 획을 긋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 된다 할지라도 자신의 인생 역사에서 보람 있고 나중에 옆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살아왔어요’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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