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 민돈원
  • 승인 2019.03.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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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책에서 ‘인간의 도덕적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교환가치가 절대적 수준이 될 만큼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가치 혼돈이다. 더욱이 믿음의 세계에서도 심각하리만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월요일 모교 졸업생중 목회자들의 모임인 숭목회가 앞으로 모교에서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아침 월례기도회에 참석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임원들 30여명이 첫 번째 참석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모교에 7시까지 가야 했기에 새벽 기도회를 인도한 후 곧바로 첫 시간 전철인 5시35분에 출발하여 기도회에 참석했다. 기도회 후와 조식을 마친 후 숭목회 임원 연석회의에서 모교 총장님으로부터 매우 심각한 학교 측의 애로사항을 듣게 되었다. 그 내용은 기독교 학교가 아니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모교의 정체성, 즉 신앙의 근본적인 가치, 건학 이념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총장도 그 문제를 우리에게 공개했고 우리 숭목회원은 이에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내용인즉슨 3가지였다. 하나는 신입교직원 채용 시 채용요건에 기독교인이라는 규정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명령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성애 주창자들이 모교에서 건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관을 불허하자 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이들의 제소를 받아들여 모교에 또 다시 시정명령을 지시한 내용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성소수자들의 주장이 표면화되고 거세지고 있는데 대해 학교 내에서의 주장을 불허하겠다고 총학 측에도 전달했다는 총장의 단호한 의지였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이다. 이 두 가지는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특정 종교차별과 성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이라는 미명하에 세계적인 추세의 역풍으로 우리사회에 크게 대두되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들이다.

우선 신입교직원 선발 시 기독교인 명시를 시정하라는 명령 건이다. 이는 엄연히 사립학교법을 무리하게 정부주도로 훼손하고 더욱이 기독교 학교의 고유한 정체성 즉 건학이념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거(暴擧)나 다름없는 비상식적인 정부의 오만이다. 이런 건학이념을 지킬 수 없었다면 근대 교육의 효시라 할 120년 전 평양 시민들이 주도가 되어 학교가 세워질 이유도 없었고 지금까지 존속할 이유가 없다. 대학의 자립권을 간섭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그 학교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독교정신의 가치까지 인권위가 그들 손아귀에서 마음대로 조종하겠다 하는 것은 국가가 대학을 향해 그리고 수많은 졸업생들에 대한 무모한 권력의 남용이요 악행의 극치 외에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을 아마도 그들은 잊고 있는 듯하다.

다음으로 동성애자들에게 대관을 불허한 것에 대한 시정 명령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이 미워서도 아니다. 그들을 차별해서도 아니다. 다만 기독교정체성과 모교 건학 이념에 위배되는 행사나 주장들에 대한 불허일 뿐이다. 법정 전염병을 보유하면 학교에서나 회사 등 단체 생활에서 격리된다. 그들이 미워서나 병을 가진 그들을 차별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전염으로 인해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그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동성애를 주장하는 자들이 왜 하필 기독교 학교에서 행사를 하려 하느냐? 그 말이다. 자신들의 주장만을 위한 나머지 그 학교의 정체성과 근본이념은 다 훼손해도 되고 그 외의 절대 다수의 인권은 없느냐는 반문에 왜 국가인권위는 묵묵부답일까?

그러나 이런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모교 총장의 답은 매우 명쾌했다는 점에서 우리 숭목회원들은 신뢰를 보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의 신앙의 주체적 결단이 존경스러웠다.

총장의 단호한 결단의 한마디 이 부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는 우리 학교를 위해 두 가지에 주력합니다. 하나는 학교 설립정신,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문의 수호성차원에서 연구하여 발전시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학교 발전에 필요한 학문의 수호성을 포기하고 설립정신인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겠습니다.... 재임기간 총장직 이름을 걸고서라고 기독교 정신을 더 강화해 가겠습니다... ”

인권위는 대학의 건학이념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기독교정신은 흥정할 값싼 교환가치도 아니고 정부주도로 그렇게 윽박질러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 3.1정신을 기억하는가? 독립운동 정신을 기억하는가? 그들 속에 담긴 기독교 정신만 이해해도 이러지는 않는다.

모교의 설립정신은 바로 그런 정신이고 기독교정체성 위에 세워졌기에 우리 선배들은 생명 걸고 지켜왔다는 사실을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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