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할 때를 놓치지 말라
회생할 때를 놓치지 말라
  • KMC뉴스
  • 승인 2019.03.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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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신학대학 후배 목사가 전화를 하였다. 아들이 이번에 모교인 신학대학에 입학하니 아들을 목사답게 키워달라는 것이다. 필자는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알아서 잘 양육할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후배 목사는 요즘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더군다나 우리가 경험하였듯이 목회자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들을 신학대학에서 배우기가 수월하지 않으니 선배 목사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다.

필자는 농담조로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울 생각이 있으면 그때 아들을 우리 교회에 보내라고 말했다. 후배 목사는 씁쓸한 헛기침을 내뱉으며 차라리 졸업장 문제만 아니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는 비단 후배 목사만이 아니라 모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사들 간의 갈등, 총장 사표와 선출 문제, 교수 임용 문제, 모 교수의 제자와의 성추문 소식, 표절 문제, 계속되는 소송문제 등등. 요즘 모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로 정나미가 떨어지는 소리들 뿐이다. 기분 좋은 눈길 가는 소식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어디 그뿐 인가? 서점에 가도 현직 교수들이 저술한 책 한 권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학회지나 교재로 발간한 책들은 있겠지만, 목회자나 성도들이 읽을만한 책 한 권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유명한 학술지를 봐도 모교 출신의 교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 어떻게 감리교회를 이끌어갈 후학을 양성할 수 있을런지 의심이 된다.

올해부터 교회마다 신학대학 부담금을 내지 않게 되면서 목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정말로 부담되는 것 하나 없어졌다’는 것이다. 긴말하지 않아도 요즘 목회자들이 신학대학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80년대 후반 학번부터는 입학 30주년 기념행사를 학교에서 하지 않고 있다. 이유인즉슨 교회도 어려운 판국에 어렵게 모은 모금이 진정 학교 발전을 위해서 쓰이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가히 틀린 추측은 아닌 거 같다. 차라리 학교에 기부하느니 동기 목사 자녀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들이다. 그만큼 모교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모교 당사자들이 아직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내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물러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라. 교회가 신학대학에 등을 돌리고 목회자들이 모교에 대해서 무관심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신학대학에는 소망이 없다. 당장 시험 응시자의 경쟁률이 제로이거나 미달로 인한 모집 광고들만 보더라도 위기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은가. 누가 그런 학교에 학생을 보내겠는가. 실제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지인이 신학대학에 대한 문의를 해와서 모교를 추천하였더니 하는 말이 “그 학교는 문제가 많은 학교잖아요”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었다. 모교의 학내 문제가 전국적으로 소문나 학생 추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모교가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기에는 많이 늦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신학대학 관계자들은 교회와 목회자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동문조차도 외면하는 학교에 무슨 비전이 있겠는가?

교수 및 교직원은 자리보전과 사익을 버리고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 헌신하는 이들이 되라. 정말로 자신이 모교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부름받은 이라고 생각하면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들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단호하게 물러서는 용기 있는 자가 되라. 그래야 모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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