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말의 온도
  • 김재용
  • 승인 2019.03.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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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48

우리가 생활하는 삶은 말, 즉 언어라는 것을 통해 하루 종일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화를 나누는 말에 온도가 있을까?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은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내용으로 100쇄 13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이다. 언어의 온도라는 책의 내용을 다루고자 함이 아니어서 오늘은 ‘말의 온도’라고 하여 일상에서 경험한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가까운 안과에서 검진을 하고 백내장으로 판단을 받은 70대 중반의 권사님이 보다 정밀한 검진을 위해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했다. 다행이 빠른 일정이 잡혀서 3주 만에 진료를 받게 되었다. 진료를 할 의사 선생님은 미국에서 유학하여 모든 과정을 마치고 처음 국내로 들어와서 진료를 개시하는 유능한 선생님이라는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시력이 많이 약해진 관계로 혹시나 실명이 되면 어쩌나 걱정과 두려움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예상과 달리 의료진의 차가운 응대와 남의 일처럼 답하는 의사 선생님의 대화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귀가하였다.

내용인즉 백내장이 많이 진행해서 수술을 해야 하지만, 망막이 어려서 열병으로 인해 손상된 케이스라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해도 시력이 크게 좋아지지 않으니 수술할 필요가 없다.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의 온도가 문제였다. 70대 중반의 노인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와 혹시라도 실명이 될까 걱정하는 환자에게 위로와 걱정 보다는 수술을 못한다는 단호한 결과만으로 절망감을 주고 말았다.

다음 검사를 예약하라고 해서 예약을 했으나, 권사님은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검사를 해서 수술을 하든 못하든 다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마음이 닫혀서 다시 그 의사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하신다. 나라면 어떻게 대화에 응했을까? 고민해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백내장 수술을 해도 크게 시력이 좋아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해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다. 교회에서 곰곰이 생각 하면서 그 의사를 나무랄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대화중에도 종종 차갑게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틀린 말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말이 없는 사람들 말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말투와 대화의 온도가 변화하지는 않겠으나 내가 내 자신을 거울로 보듯이 마음을 헤아려 가면서 대화를 하는 습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말의 온도’, ‘언어의 온도’ 등 어떤 표현을 하더라도 따뜻한 위로의 말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이다.

잠언은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냉철한 자는 명철하니라(잠17:27)”라고 전하고 있다. 아끼는 것이 말하기를 즐겨하지 말고 말을 줄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말을 아낀다는 것은 아울러 조심히 하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조심스럽다는 것은 내가 말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울림을 전달할지를 가늠하면서 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싶다. 말을 살피면서 하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 노년에도 계속 존경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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