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교회 학살 현장에서 맞이한 3.1만세운동 100주년
제암교회 학살 현장에서 맞이한 3.1만세운동 100주년
  • 송양현
  • 승인 2019.03.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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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김학중 감독)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나라와 민족을 위핸 3.1운동 100주년 기념예배’를 3월 1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제암교회(담임목사 최용)에서 가졌다.

재암교회 희생자들 묘소 참배

기념예배에 앞서 경기연회 김학중 감독과 이무호 총무 등은 희생자 묘소 참배를 참배했으며 화성동지방 감리사 박제의 목사의 사회로 기념예배를 시작했다.

기념예배는 애국가제창과 순국선열들에 대한 묵념, 군포지방 김경호 감리사의 기도가 이어졌으며, 경기연회 여장로회 합창단이 특별찬양을 했다.

‘넉넉히 이기느니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학중 감독은 기미년 당시 대한민국 국민 중 10%가 만세운동에 참여했고, 제암리학살 당시 21명이 교회 안에서, 2명이 교회 밖에서 죽고, 며칠 후 천도교 지도자 가족이 학살당했음을 되새기며, 100년 전 비극의 현장에 우리가 앉아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학살의 장소를 왜 교회로 삼았는가?의 질문에 대해 당시 일본인들의 눈에 가시처럼 보였던 존재가 기독교였고, 일제침략기 35년 동안 일본이 가장 싫어했던 무리가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은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교육을 주도했던 무리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본의 총칼이 두려웠지만 기독교인들은 로마서 8장 35-37절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끝까지 일제에 저항 할 수 있도록 했고 순교도 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만큼 만세운동 100년을 맞는 지금 하나님의 사랑을 정말 믿는가?라는 질문이 우리의 신앙고백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암교회 역사보고 순서에서는 제암교회 강신범 원로목사가 직접 제암교회 역사를 설명했다. 강 목사에 따르면 1905년 교회 창립 당시 제암교회는 선교사나 목회자가 세운 것이 아니라 서울을 다니다 복음을 접한 개인 강태성씨가 교회를 세운 이력이 있고, 당시 제암교회와 마을을 불태우면 더 이상 만세운동이 멈출 줄 알고 자행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인 선교사가 시신을 수습하러 왔을 때 21명의 유해가 한 덩어리로 뭉쳐 기도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고, 이는 마지막까지 함께 순교의 기도를 한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3.1절 노래를 다같이 부른 후 만세삼창에 이어 경기연회 3.1운동 100주년 기념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선조들의 신앙의 전통을 이어가며, 남과 북이 화해와 평화의 길로 통일을 이루도록 헌신하며, 물질문명을 넘어 영성문명을 선도할 것을 다짐하는 신앙선언을 담고 있다.

기념예배를 마친 후 제암교회 옛 교회터(사적 299호)와 마을 동네길, 발안 만세시장, 스코필드 박사 기념비 등을 함께 걸으며 기미년 당시 3.1만세 운동 길을 기억하며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연회 3·1운동 100주년 선언문』

우리는 올해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천지우주의 창조주시요 인류역사의 섭리자이신 하나님의 은총으로 한 세기에 한 번 오는 이 소중한 때에 울려 퍼지는 하늘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3·1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의 불의한 식민지 지배에 저항한 정의롭고 평화로운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이요 아시아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쾌거였다. 전 세계가 제1차 대전의 참상과 비극을 겪고도 미몽과 탐욕에 빠져 제국주의의 침탈 아래 신음하던 불의한 시절에 우리는 3·1운동을 통해 천하보다 귀한 목숨과 희생을 바쳐 인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냈다. 그래서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의 저항운동, 필리핀과 베트남과 이집트의 독립운동에 영감과 기운을 주었다.

기독교인들은 이 땅에 살면서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산다. 눈에 보이는 이 땅의 나라를 살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궁극적인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사는 신앙인들이다. 3·1운동은 하나님 나라의 삶의 길과 우리 민족의 독립의 길이 하나로 만나는 차원에서 옛 조선이 아닌 현대 한국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냈다. 현재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은 시공물질의 차원을 넘어 영성의 영원한 세계에 심원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감리교인들은 교파와 종파의 벽을 넘어 천도교와 불교 등과 함께 거국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어야 만이 하늘의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씀 하셨다. 한국감리교인들은 이 생명과 진리의 빛을 따라 자신이 독립을 위해 죽으면 이웃 동포들에게, 아니 자기 자식들의 마음속에라도 민족독립의 정신을 심을 터이니 그로서 족하다는 큰 신앙으로 분투했다.

수원 제암리와 수촌교회에서는 신앙인들이 가혹한 악형과 총검의 위험을 당하는 중에도 믿음을 더욱 독실이 하여 ‘죽음은 어느 때나 올 터인즉 나를 위하여 죽으신 주 예수께 전심 참으로 충성하겠다.’고 증거 했다. 죽음의 참상과 방화의 잿더미에서도 살아난 한국감리교인들의 신앙고백이었다. 생사를 넘어선 부활의 신앙으로 사랑과 평화의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오로지 걷는 신앙인의 삶이 독립운동의 역정에서 구현된 생명의 진리였다.

독립과 자주, 정의와 평화의 길이 힘겨운 고난의 길만은 결코 아니었다. 당시 한국감리교인들은 저항과 옥중투쟁의 가혹한 현장에서도 세상의 그 무엇과 바꿀 수 없고,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아름다운 환희의 영적인 삶을 누렸다. 오직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하는 신앙인만이 지닐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의 무한한 기쁨이었다.

우리가 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전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인임을 세계만방에 선포했고 또 그 온전한 실현을 향해 분투해온 역정을 오늘날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다시 큰 뜻을 품고 최선을 다해 분투해야 한다.

하나, 우리는 한국감리교인으로서 3·1운동에서 생명을 바쳐 복음의 진리를 살아낸 선조들의 신앙과 전통을 이어 받아 이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한국감리교회가 혼돈의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손으로 새롭게 빚어져서 아직도 어두운 세력이 판을 치는 한반도와 아시아와 세계를 살리는 사랑과 평화의 샘이 되도록 한다.

하나, 우리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체제 아래 신음하고 있는 남과 북이 화해와 평화의 길로 통일을 이루도록 헌신한다. 자주독립의 열매가 아니라 씨를 심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3·1운동에 헌신한 선조들의 얼을 되살려 평화통일의 씨를 피땀으로 심어서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부활의 그날이 어서 오도록 한다.

하나, 우리는 인류의 일원으로서 주변 강대국들의 과도한 물질문명을 넘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와 세계에 생명과 평화문명의 빛을 발하도록 한다. 동양과 서양의 진수를 복음의 빛으로 통합하여 3·1운동에서 제국주의를 뚫고 공존공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낸 선조들의 길을 따라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 균형 잡힌 삶의 영성문명을 선도한다.

이제 온 누리에 새 하늘과 새 땅이 더욱 힘차고 환하게 펼쳐지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여기 한국감리교인들은 뜻과 힘을 모아 전 인류와 만물을 향해 3·1운동 100주년 신앙선언을 한다.

주후 2019년 3월 1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김학중 감독 외 교우일동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예배(제암교회)
경기연회 김학중 감독
제암교회 강신범 원로목사의 제암교회 역사증언
3.1절 노래 제창
3.1절 노래 제창 및 만세삼창
재암교회 화재 현장에서 추모
발안시장까지 만세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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