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 규탄 향린교회 성명서
경찰 폭력 규탄 향린교회 성명서
  • KMC뉴스
  • 승인 2012.04.0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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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을 경찰 폭력으로 짓밟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교회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겁내지 말라. 너희는 십자가에 달리셨던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예수는 다시 살아 나셨고 여기에는 계시지 않다. 보라. 여기가 예수의 시체를 모셨던 곳이다. 자,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예수께서는 전에 말씀하신 대로 그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니 거기서 그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하라" (마르코 16:6-7)

2012년 부활절을 맞아 향린교회 교우들은 우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신 주님을 따라가며만나게 되는 수많은 강도 만난 이웃들과 함께 애통해 하며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새기며 강정마을에서 들려오는 애곡소리에 귀 기울인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고난주간이자 제주 4.3 항쟁 64주년이었던 지난 4월3일, 평화의 섬 제주 강정 구럼비 해안에 대한 발파 공사가 연일 강행되고 있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향린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주관으로 제주 강정마을에 비상시국기도회가 열렸다.

본 기도회에 앞서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등 한국기독교장로회 성직자 4명과 예수살기 소속 성직자 1명 등은 같은 날 이른 아침,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구럼비 해안 공사현장펜스를 뚫고 진입하여 30여분간 굴착기 공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서귀포 경찰에 의해 연행된 바 있다.

구럼비 발파는 단지 하나의 바위를 파괴하는 일이 아니라 군 기지를 위해 그 안과 주변에 깃들어 있는 뭇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미 모든 과정에서 주민과 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며,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편승하여 동북아시아에 전쟁의 위협과 긴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생명과 평화의 주님을 따르는 이들 다섯 명의 기독교 성직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반복하여 자행해오고 있는 반민주, 반평화, 반생명적인 행태야 말로 하느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는 것을 천명하고자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며 항거하였던 것이다.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야당,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공사중단을 요구해 왔고, 국방부와 해군이 주장했던 민관복합형 관광미항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 작년 말 여야 합의로 2012년 제주 해군기지 예산 중 96%를 삭감한 바 있다. 또한 강정 해안지대에서 선사시대와 조선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어 문화재관리법상 조사가 필요한 지역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여기에 펜스를 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해군과 경찰이야말로 국민의 뜻에 반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장 총회가 평화로이 비상시국기도회 후 구럼비 진입차단 벽 설치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벽을 향해 돌을 던진 제주노회 정의평화위원장 송영섭 목사를 현장에 있던 경찰이 이단옆차기로 송 목사를 쓰러뜨린 후 수명의 경찰이 동시에 달려들어 폭행을 가하는 만행이 기장 신도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실로 군사독재 시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야만적이고도 모욕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에는 공사현장 펜스 안으로 들어갔던 기장 제주노회장 이정훈 목사와 천주교 예수회 김정욱 신부가 구속되었고, 4월1일에는 강정마을 지킴이로 온몸을 아끼지 않는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를 체포, 연행해가는 과정에서도 경찰을 폭력을 행사하여 턱과 이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는가 하면, 급기야 4월 6일 성 금요일에 천주교 신자들과 강정포구 서방파제에서 '사순절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14처 기도’를 드리던 72세 문정현 신부님이 해양경찰의 과잉제지로 인해 7미터 높이로 쌓아올린 삼발이들 사이로 떨어져 전치 12주 이상의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 종교인들의 정당한 주장과 저항을,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는 경찰과 해경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권력이 아니라, 해군과 시행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에 고용된 용역깡패로 전락하였음을 만방에 알리는 바이다. 정의에 기초하지 않는 공권력은 조직폭력배가 휘두르는 폭력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제주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해양경찰의 거침없는 폭력으로 강정마을은 소리 없는 전쟁터요, 무법천지가 되었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들 공권력이 자행하고 있는 폭력으로 제2의 4.3항쟁이 시작되었음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

우리는 이 폭력의 책임은 경찰 폭력을 지휘하고 있는 이동민 서귀포경철서장, 조현오 경찰청장,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에 있음을 직시하면서, 이 모든 폭력의 최종 책임은 제주해군기지를 마구잡이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폭력으로 억압해도 우리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 땅의 생명과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해군기지 저지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2012년 부활의 아침, 생명과 평화의 하느님 앞에서 다시금 다짐하는 바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마태오 5:9-12)

- 우리의 요구 –

1. 이명박 대통령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성직자 연행과 폭행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자인 서귀포경찰서장, 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을 파면하라!

2. 정부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규명될 때 까지 구럼비 발파를 포함한 모든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3. 모든 연행자와 구속자를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고, 육지경찰과 모든 공권력을 철수하라!

2012년 4월 8일 부활절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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