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한 장
마지막 사진 한 장
  • KMC뉴스
  • 승인 2019.02.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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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46

책장을 정리하다가 감동 있게 읽었던 『마지막 사진 한 장 (Noch mal leben wor dem Tod)』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라는 부제가 있는 베아테 라코타 글, 발터 셀스 사진, 장혜경 역으로 2008년에 발간된 책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은 분이 있는가 하면 생후 17개월을 끝으로 부모의 곁을 떠난 아기의 사연도 있다. 그 중에 “안녕, 내일 보자!”의 글의 소개란은 ‘할머니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손자는 여쭤볼 말이 많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른 사람 같다. 할머니의 영혼은 벌써 하늘나라에 가 있는 게 아닐까?’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고통스럽거나 피곤한 얼굴의 사진에서 죽음을 맞이한 후 찍은 평온한 사진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마지막을 책으로 펴내어 독자들에게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했던 책이다.

다시 손에 쥐고 읽어보면서 ‘내 마지막 한 장은 무엇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잘 아는 교회에서는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행사를 오랜 시간 하면서 교회 주변 아파트부터 시작하여 동네 어르신을 사진 촬영을 통해 섬김 행사를 갖곤 했다. 나는 다짐해 본다. 영정 사진을 갑자기 만들어서 빈소에 차리고 조문을 받기 보다는 평소에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활짝 웃는 모습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 몇 주간 정신없이 병원을 찾아 다녀야 했다. 장인께서 두통이 심해서 병원 응급실에 들렸는데, 퇴출혈로 인해 위급한 순간을 맞이해서 수술을 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지내다 퇴원을 하시게 되었고, 얼마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 권사님께서는 디스크 검사 중에 발견한 자궁근종 때문에 일정을 급하게 잡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자궁근종의 경우 크기도 우려할 만한 것이며, 암의 위험이 파악되어 권사님의 마음을 흔들었다. 또 다른 권사님께서는 눈이 보이지 않고, 장에서는 하혈이 심해서 대장암이라 판단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목사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해서 조치를 취해 함께 병원을 가서 검진을 받는 일을 해야 했다. 두 권사님 모두 암이 아니며 수술도 잘 되었고, 검진도 잘 마쳤다.

장인을 포함해서 세 분의 권사님의 특징은 병원에서 검진을 미리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혹은 오히려 두려워서 가지 않은 경우였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정기적은 검진을 통해서 자신의 건강상태와 의료진의 도움으로 백내장 수술 일정을 미리 계획하고 치료과정도 넉넉하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했다. 우리가 사고를 당하거나 건강이 악화되어 갑작스럽게 어려운 일을 당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건강관리를 하면서 마지막 사진 한 장을 찍을 날을 준비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갑자기 응급실을 찾거나, 수술을 위해 수술 방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도 있다.

다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갑작스런 뇌출혈, 손 쓸 수 없이 다급한 상황에 맞이하는 암 때문에 하루아침에 준비되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현재부터 인생의 마지막 한 장을 예비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갖는 것이 최선책이 될 수 있다. 노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가는 지혜의 문이다. 지혜의 여유를 갖고 마지막 한 장을 어떻게 장식 할 것인가? 자문하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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