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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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C뉴스
  • 승인 2019.02.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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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44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냉전시대였다. 사회관련 과목을 학습할 때 독일에는 제한속도가 없는 아우토반이라는 고속도로가 있다고 하여, '우와~' 하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유럽에 갈 일이 있어 아우토반을 이용하게 되어 기대 반 흥분 반으로 가게 되었다. 아우토반은 역시 자동차 전용도로서 운전자에게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연휴 기간을 지내다 보면 평상시는 차량으로 붐비던 도로가 수월하게 통행할 때가 종종 생긴다. 이번 연휴도 그랬다. 마치 아우토반 같았다. 전용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속도제한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없다면 과속이 느껴지지 않을 듯 모두들 질주하고 있었다. 주변의 차량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가 계기판을 보니 제한속도보다 과속 중이었다. 인식하고 속도를 줄였다. 다른 차량의 무리는 우리를 지나쳐 갔다. 그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무척 느리게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모두와 비슷하게 갈 때는 과속이라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움직이다. 차량의 속도를 줄이니 오히려 우리가 뒤쳐지고 늦어지는 것 같았다. 계기판을 보니 경제속도였고 그것이 제한속도였다. 문제는 내가 맞게 움직이는데 주변이 빠르니 내가 늦어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실제로 속도는 80km/h의 제한속도에 맞추어 있었다. 이 느낌이 변화의 속도에 못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실제로는 빨리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늦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착시효과 같은 상태가 있다,

유행에 맞추어 사는 것도 다른 사람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과다한 지출이라고 느끼면서, 사교육이 문제라고 하면서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 몰아가는 세태며, 소셜 네트워크에 자랑거리 인증 샷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하는 모든 삶은 타인과 같은 속도로 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심 아닐까?

도로는 설계 시점에서 최고속도를 상정하여 도로의 곡선 경사률, 도로폭 등을 설계한다. 그리고 다른 차량의 주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저속도를 만들어서 운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속도가 있다. 차량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차량의 연비가 제일 잘 나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경제적으로 제일 좋은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고속주행과 과속주행은 엔진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연료사용량이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속도로 주행할 때는 엔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연비를 극대화 한다는 개념이다. 남들의 속도에 맞추어 과속할 이유 없이 경제적 속도를 이용하면 차에도 무리가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유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경제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이유는 차량의 엔진효율과 유종, 탑승자 및 무게 그리고 운전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즉,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속도를 준수하면 차량 유지에 가장 효율적이다. 노년의 삶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경제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에 세 분의 원로목사님이 계신다. 대화를 나눌 때, 식당에 모시고 가서 식사를 할 때, 세 분 모두 걷는 속도도 다르고, 말씀하는 속도 또한 다르다. 나는 빨리 오시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말씀을 더 빨리 하시라고 답답해하지 않는다. 세 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형편에 맞추어 인도해 드리고, 천천히 가면 안전하게 걸어서 이동하시고, 대화도 문제없이 이뤄진다. 만남의 시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에도 제한속도가 있는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이다. 우리 삶에도 제한속도가 있는 이유는 각자 다른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처럼 즐겨야 할 필요는 없다. 안전범위 내에서 즐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면 인생의 경제속도를 찾아 즐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노년이 되어 마음껏 달리기를 원하면서 아우토반을 찾는다면 이것은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젊었을 때, 달리고 인생의 속도를 경제속도로 줄여서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고, 생활에 불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위 말하는 '휘게'의 삶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행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의 속도에 맞추려 말고, 내 경제속도를 유지하는 지혜로 즐거움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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