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일본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 KMC뉴스
  • 승인 2019.01.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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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중등학교 교목회 주최와 본부교육국(노덕호총무직무대리), 학원선교회(김종훈 회장)의 후원으로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후쿠시마 공항을 통해 구마모토, 시라마바, 사세보, 히라도를 거쳐 귀국하는 3박 4일간 일본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야기를 명지고등학교 교목실장 김종화 목사가 후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가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복음화율 1%라는 나라로 성지순례를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하지만 로마의 카타콤의 순교자보다도 더 많은 20~30만명의 순교자, 당시 크리스찬 3명 중 1명이 순교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잠복하고 있었던 수많은 신앙인들의 애환과 서러움이 서려있는 땅이었다. 서양제국 침략의 두려움과 기독교가 일본 통치 이념에 부합되지 않음, 그리고 기독교인에 의한 신사 불각의 훼손과 더불어 선교사들을 일본을 점령하려는 간첩으로 오인하여 금교령과 함께 선교사들은 순교를 당한다. 에도 막부시대의 박해는 약 250여년간 해마다 계속되었고, 엔도슈샤쿠의 ‘침묵’이라는 소설 후미에 나오는 것처럼 크리스챤들로 하여금 예수의 초상이나 마리아상을 밟게 함으로 그들을 색출한다.

첫째 날 일정으로 방문한 시마바라는 나가사키현 남동부에 있는 시마바라 반도 동쪽 끝에 있어서 나가스항에서 시마바라항까지 배를 타고 버스와 함께 이동했다. 1637년 시마바라에서는 12만명의 진압군에 의해서 크리스챤들이 4개월만에 4만명 전원이 신앙과 세금문제로 순교를 당하게 된 곳이다.

둘째 날 첫 방문지인 시마바라 성당에서는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었고, 결코 꺾을 수 없는 신앙과 천국의 소망에 대해 눈물겨운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짐승 취급을 당하며 기도하는 자녀의 세손가락을 부모가 보는 앞에서 자르지만 뿜어져 나오는 피를 붉은 장미꽃으로 보는 사람들, 또한 화형 가운데 오히려 장작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천국의 소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놀라운 믿음을 본다.

두 번째 방문지는 운젠 지옥계곡 순교지이다. 신앙인들은 단순한 십자가형이나 화형처럼 급작스러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광으로 여겼기에 더욱 가혹한 형벌로 죽어갔다. 90도가 넘는 운젠 유황 열탕에 조금씩 화상을 입혀가며 배교를 강요당하거나 이마에 화인을 찍고 거꾸로 매달아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는 순교자들이 존재했다.

세 번째 방문지인 나가사키, 죄를 받아서 원자폭탄에 맞았다고 비아냥거리지만 1925년 동양 최고의 교회라고 일컬어지는 오우라 성당의 벽은 허물어지고 안젤라스 종은 1945년 원폭으로 종루 채 날아갔다. 벽면에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을 상징하는 종이학 문양들, 원자폭탄으로 몸속 깊이 타버린 피폭자들이 신음과 울부짖음 속에 물을 찾다가 죽어간 평화의 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살인과 핵무기로 인한 잔혹함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게 만든다. 나가사키시 교육위원회에서 세운 뇨코도(내몸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라) 설명문에는 시마네현 출신 나가사키 의과대학 방사선 의학을 전공한 나가이 다카시 박사를 기리고 있다. 피폭, 대부상을 입고, 부인까지 잃었으나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여기당(如己堂)이라고 하는 다다미 2장의 작은 방의 병상에서 십여권의 저서를 집필하는 등 그의 업적은 모든 신앙인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셋째 날, 니시자카 26 성인 순교지 및 기념관에는 신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쪽 귀를 베어 군중들의 돌에 맞게하고, 거꾸로 매달아 오물을 넣은 구멍 속에 쳐박고, 바다에 십자가를 두고 밀물에 숨을 헐떡이며 울부짖는 그림들 속에 그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남아 있을 기독교인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 위함이지만, 프로이스 1597년 ‘순교기록’에 적인 바오로 미키의 설교문 중 ‘용서의 글’을 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다.

저는 어떤 죄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했기 때문에 죽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유 때문에 죽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베푸시는 커다란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여러분들을 속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단언컨대 확실합니다. 그러기에 주저 없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원수까지도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쇼군(도요토미 히데요시)과 저를 사형에 처하도록 책임진 모든 이를 용서합니다. 쇼군에 대한 미움은 없습니다. 그를 포함한 모든 일본인이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 날 방문한 야마다 성당은 나비 교회라고도 불리운다. 높은 벽면을 마치 자개로 수를 놓은 듯 화려한 나비들의 날개들로 장식되어 있다. 벽면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현실은 날개없는 애벌레와 같이 육신을 입고 고통 속에서 산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산다면 주께서 보여주셨듯이 진리 안에서 자유함의 날개를 펼 수 있으리라. 장차 고치를 깨듯 사망 권세를 깨뜨리고 화려한 나비의 날개처럼 부활의 영광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라는 천국의 소망을 새겨놓은 것만 같다.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션’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그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 1:5)

이번 성지순례는 ‘스티그마’, 내게도 그리스도의 정신과 빛의 ‘흔적’을 찾게 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었다. 학원선교의 현장도에서도 다음세대들이 죽음조차도 막을 수 없었던 진리 안의 자유함과 천국의 소망을 소유하게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 16: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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