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가 곧 힘이다
자료가 곧 힘이다
  • 송근종
  • 승인 2019.01.1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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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재를 정리하다가 20년 전 김포 하성에 교회를 다시 개척하면서 만들었던 주보를 보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금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에 선교를 위해서 국영문 혼합으로 만든 주보였다. 주보를 통해 그 시절 열정을 쏟아부었던 목회 현장의 기억들을 되뇌이며 잠시 지나온 목회 여정을 돌아보았다. 그 후에도 몇몇 교회 부담임과 담임을 거치면서 녹록지 않았던 여정이었지만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시간이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빛바랜 주보를 통해서 다시 한번 목양일념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지방의 후배 목사 서재에 들러서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책꽂이에 꽂혀 있는 10년 치의 설교 자료집을 보았다. 매년 주일 설교뿐만 아니라 수요 강해 설교를 출력하여 자료집으로 묶어 놓은 것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설교를 차곡차곡 모아 놓은 정성이 대단하였다. 지금도 지난 설교를 보느냐고 물었더니 가끔은 같은 본문의 지난 설교를 꺼내 보면서 비교해 본다고 한다. 10년 전과 오늘 이 시간 본문을 통해서 주시는 은혜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란다. 그러면서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단다. 그때는 그 설교가 최선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그 깊이가 얕음이 부끄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서 깊어져 가는 것은 오늘 설교 본문에서 길어 올리는 은혜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은 컴퓨터 하드나 클라우드 등에 설교 자료들을 올려 언제 어디서나 자료를 열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굳이 요즘에는 자료를 출력하여 제본해 두는 이가 많지 않다. 나름대로 USB나 클라우드 등에다가 자료를 저장해 둔다. 방법이 어떻든 간에 중요한 것은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결국에는 설교 목회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처럼 저장해 둔 자료를 몇 년 주기로 반복해서 우려먹는 게으른 모습도 있지만 그래도 오래전 자료를 그대로 쓰는 이는 적을 것이다. 이전 것을 새롭게 만들거나 더 풍성하게 옷을 입혀 설교할 때 그 은혜의 정도는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은 자료를 항목별로 저장해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설교, 도서 요약, 신문 기사, 교회 사건 및 사회 이슈 등 각 항목별로 자료를 스캔 받거나 타이핑 하여 정리해 두면 설교를 준비할 때나 글을 쓸 때 매우 유익하다. 이 또한 웹사이트에 자료가 가득한데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요즘 같이 가짜 뉴스나 정보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진실을 붙잡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조금만 수고하여 자료를 모으면 평생 설교를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목회자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축적된 자료를 통해서 설교가 더 풍성해 질 것이다. 자료가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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