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드릴까요?
무엇을 해드릴까요?
  • 윤미애
  • 승인 2018.11.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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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몇 해 전 아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저도 매회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보았지요. 1988년엔 그 주인공들의 나이였기에, 그리고 이제는 그 부모들의 나이이기에 더 깊은 공감과 재미가 있었던 듯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엄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때 정환 엄마(라미란 분)가 하는 말입니다. “애들이 밤늦게 들어와서 배고프다고 하면 제사 때도 안 하는 나물을 무치고 있는데 남편이 밤늦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면 분노가 단전에서부터 확.”

그 장면을 보며 박장대소했었어요. 남편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얼마 전 친정에 갈 일이 있었어요.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쉰이 다 되어가는 딸을 위해 밥을 하십니다. 싱싱한 굴을 넣고 시원한 뭇국을 끓이십니다. 짭짤한 고등어를 구워주십니다. 언제 먹어도 시원한 엄마표 무김치, 무말랭이, 도라지 등에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곁들여지니 맛있을 수밖에요. 몸과 마음이 행복해합니다.

이렇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인가 봅니다. 내리사랑, 그렇게 받은 사랑이 이어집니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애씁니다. 그렇게 해주며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에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서 어머니들을 만드셨다.”

정글북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이 한 말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말인 것 같아요. 어머니만큼 하나님의 사랑을 잘 표현해주는 존재가 있기는 하겠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비단 어머니뿐이겠습니까? 하나님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서 만든 역할 말입니다. 손과 발이 없으신 하나님, 어쩌면 우린 그 하나님을 대신해서 수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명은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며 행하는 작은 행함 하나하나가 실은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23)는 바울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읽히면 좋을 것 같아요. 매순간 사명을 감당하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이지요.

손과 발이 없으신 하나님, 그 하나님이 원하고 계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제 하나님께 무엇을 해달라는 기도 대신에 ‘무엇을 해드릴까요?’라고 여쭈어야겠습니다.

정환 엄마의 말처럼 남편을 사랑하는 것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사랑으로 바꾸며 말입니다. 그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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