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사명’(牛起使命)
‘우기사명’(牛起使命)
  • 송근종
  • 승인 2018.11.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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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목회자는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 고백한다. 나의 뜻, 나의 의지를 고집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과 말씀에 순종하고자 애쓴다. 그런 면에서 목회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임을 인정한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머리 되시는 주님이 교회의 모든 것을 책임지신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목회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머리 되시는 주님이 교회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기 때문에 목회자는 두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가? 아닐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를 목회자로 그리고 교회의 지도자로 부르신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목회자는 주님께서 몸 된 교회를 위해서 전적으로 헌신할 자로 세우셨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목회자로서 어떻게 헌신할 것인가? ‘우기사명’(牛起使命) 하면 된다. 이를 조금 의역하면 ‘소처럼 우직하게 사명을 감당’하면 된다. 내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가 맡은 사명을 충직하게 감당하면 된다. 마치 송아지를 집에 두고 여호와의 궤를 실은 수레를 끌고 벧세메스 길로 바로 행하여 가는 암소와 같이 말이다(삼상6:12).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혹받아 흔들리기 쉬운 것 또한 목회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로 부르신 소명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먼저 교회란 어떤 곳인가를 이해하여야 한다. 교회는 일차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구주로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그러면서 교회는 여러 조직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기적인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조화롭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가 바로 주님으로부터 교회 치리를 위임받은 목회자인 것이다. 그런 목회자가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만하고 따를만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해 보자면 목회 철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이 되었든, 이웃 사랑이 되었든 교회 공동체 구성들의 마음과 힘을 모아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로 목회 철학인 것이다.

목회자가 처음부터 분명한 목회 철학을 가지고 목회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말과 조언에 따라서 우왕좌왕 하지 않고 이미 정해 놓은 목회 철학을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적어도 문제 환경에 좌지우지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마음 가는 대로 대응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것이 나를 옥죄는 올무가 되고 만다.

반대로 목회자가 목회 철학을 세우고 그것을 붙들고 살아가면 조금은 더딜지라도 바른 목회의 길에서 결국에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목회의 자리에 서 있게 된다. 때로는 목회 현장이 열악할지라도 목회 철학이 있는 목회자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더 풍성한 목회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도 이제 지천명(知天命)이 되면서 남은 목회 여정을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 ‘불망초심 우기사명’(不忘初心 牛起使命)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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