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목사
표절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목사
  • 송근종
  • 승인 2018.11.10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절’이란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때에 남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씀’(Naver 국어사전 인용)을 말한다. 이러한 표절 행위는 학계나 문학계에서는 비양심적인 일로 그 처벌 또한 매우 엄중하다. 소위 ‘표절’ 작가란 오명을 듣게 되면 더이상 그 계통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저술 활동은 작가의 양심과 창작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기에 ‘표절’은 작가에게 있어서 금기 사항이다.

그런데 이것이 암묵적으로 통하는 데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더 양심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목사들의 세계가 그렇다. 물론 일부 목사들의 경우이겠지만 그들은 표절하고도 오히려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그것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대부분 기독교 저서 저자들이 같은 학연 또는 지연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폭넓은 홍보 또는 할인 판매로 물량 공세를 하다 보니 인지도나 홍보가 부족한 이들은 먼저 집필을 하고도 표절 책에 밀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2009년에 유아세례 교육 지침서인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앨범>을 ‘생명의말씀사’에서 출판하였다. 이것을 필자는 지난 2017년 12월에 개정하여 ‘타임즈북스’에서 <세례앨범>으로 다시 출판하였다. 그런데 2018년 5월경 필자의 책에서 제목부터 표절한 유아세례 교육 지침서가 같은 교단 선배 목사에 의해서 발간되었다. 책 내용이나 글의 전개도 10여 군데 이상 표절한 책이 버젓이 전국의 기독교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필자가 선배 목사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미안하다. 내가 송목사의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는 사과만 할 뿐, 여전히 그는 목회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서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법적으로 고소해 기독교계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표절 작가들의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그래도 필자는 선배 목사의 양심적인 회개를 기대해 보며 판매금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설교는 또한 어떠한가? 어떤 목사는 아예 유명 목사의 설교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설교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같은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다 보면 비슷한 논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설교문을 베껴서 설교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인터넷 블로그에도 수많은 설교가 올라와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설교문을 얻을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목사가 잠시 남의 설교를 표절할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목회를 시작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경계해야 할 유혹이다. 목회 초년병들에게는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부족하여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설교 연구가는 오히려 남의 설교를 듣고 모방하면서부터 창작 설교가 나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설교 틀을 형성하게 되면 그때부터 자신의 설교문을 작성해 가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남의 설교를 듣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설교 틀을 발견하라는 것이지 남의 설교를 표절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행여나 이런 표절 행위가 습관이 되면 결국에는 영적으로나 양심적으로 무디어져 불충한 표절 설교가가 되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 저술 활동이 되었든지 설교가 되었든지 간에 창작의 고통을 즐기는 목회자가 되면 좋겠다. 좀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말씀을 가지고 씨름하는 가운데 나 자신이 먼저 변화되고 다른 사람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임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편의 설교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성도는 감동을 받게 되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