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잊은 노 감독님의 열정
황혼 잊은 노 감독님의 열정
  • 민돈원
  • 승인 2018.10.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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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 년 전부터 초청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귀하고 복된 만남이 지속되어 오고 있는 전 감독회장을 역임하신 목사님이 계신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으로 만나 뵙기보다는 매 번 모실 때 마다 목회하는 교회 예배 시간에 말씀을 전해 주시도록 하는 초청으로 인한 만남이 전부이다.

이는 오랜 목회성상의 노하우를 비롯하여 인생의 고수로서의 간직하고 계신 말씀을 나와 성도들이 함께 들음으로써 변화된 삶과 축복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시간들을 위해 매년 한번 이상은 모시고 있다. 더군다나 은퇴하신 이후 특히 감리교회 목회자 자녀들(장학금)과 비전교회를 돕는 일에 최선봉에서 섬기시는 모습이 너무 귀하게 여겨져 미력이나마 협력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10여 년 전 맨 첫 번 시작했던 곳이 거리상 매우 먼 곳(삼남연회)인 진주에서 목회하던 교회였다. 그 때부터 지금의 교회 이르기까지 거리에 상관없이 겹치는 일정이 아닌 이상 기쁘게 오셔서 응대해주시는 감독님이시다. 그렇게 모시는 목적이 일일부흥회이고 시간은 꼭 주일 밤과 다음날 새벽 두 차례이다. 그 시간을 통해 오시는 목사님에게는 보람을, 그 말씀을 듣는 우리에게는 은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가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조금 있으면 지하철 8호선 1번 출구(81)가 되었는데도 불러주시니 고맙다며 황혼의 연세를 잊고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이번 주에도 말씀을 전하시면서 아무것도 안할 때보다 강단에 서기만 하면 이렇게 힘이 넘치고 하나님이 은혜를 주신다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은퇴이후에도 쓰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족으로 상기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그 연세에도 설교하시는 음성은 카랑카랑하고 또렷하셨고, 제스처 등을 비롯한 열정에서 풍겨 나오는 그 모습이 현역 시절 못지않게 원기왕성하기에 보고 듣는 내게도 큰 도전이 되곤 한다.

그러면서 감리회 최고 수장을 지내셨기에 그 내막을 잘 아시는 분인지라 후배 감독들과 감리회를 위해 애달픈 마음을 담아 애통하는 심정으로 감리회 언론에 기고한 글을 보았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동안 가까이 뵈었기에 최대한 예의를 갖춰 난감하고 힘든 질문을 드렸다.

‘감독님도 당시 감독회장 되시려고 욕심 부리지 않으셨어요?’ 그랬더니 그 당시 내 막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감독님이 내게 건네신 결론이다.

‘... 지내보고 나니 그 자리(감독) 아무것도 아니야!...’

물론 그 자리 앉아 보셨기에 하시는 말씀일수도 있지... 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런 그 분이 지금까지 불러 주시는 곳이 비교적 많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대화를 나눈 가운데 이번에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목회 마지막이나 후임자 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욕심이 없지 않으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노후 걱정하는 정도에 국한하여 살지 않고 계속해서 공적으로-교계지도자라면 감리회와 복음 전하는 선교를 위해, 나라의 지도자였다면 나라와 민족위해- 할 일이 주어지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존경받을 만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일명 ‘...없다’ 고 하는 이 시대에 나는 있는 것으로 바꿔 불러보고 싶은 착상이 줄줄이 떠올라 단숨에 적어본다

이에 세간에 떠도는 의미심장한 풍설(風說)들 가운데 몇 가지 말들과 함께 또 다른 말들을 이와 유사하게 내가 임의로 한 번 창작해 보았다. 10대는 (천방지축)철이 없다. 20대는 (직장 잡기가 어려워)답이 없다. 30대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돈이 없다. 40대는 (대학자녀들 가르치느라)여유가 없다. 50대는 (벌써 명퇴로 물러나야 할 때라) 할 일이 없다. 60대는 (노인도 아니고 일도 없는 어정쩡한 나이인지라) 낙이 없다. 70대는 (고령화가 급속하여 그래도 건강하던) 치아가 없다. 80대는 (거의 인생의 막바지 황혼단계인지라) 기운이 없다. 90대는 (앞의 그 모든 것이) 다 없다. 그 이후는 (천국에 가 있어야 하기에) 이 세상에 없다.

이제 나는 위의 말이 이렇게 ‘...있다’로 바꿔지는 세상을 소망해 본다.

10대는 (전도양양한) 높은 꿈과 비전이 있다. 20대는 (최고의 인생 황금기) 피 끓는 젊음이 있다. 30대는 (가장 바쁜 시기인지라) 열정이 있다. 40대는 (가장 왕성한 시기로) 사명이 있다. 50대는 교회가 있고 조국이 있다.(투철한 성경적 세계관) 60대는 (직장에서는 거의 정년으로 밀려날 때이나) 여전히 할 일이 있다. 70대는 (세상에서 손을 떼지 않고 관심하면) 내가 돌아 볼 이웃이 있다. 80대는 (소망을 두고 살아가야 할) 천국복음이 있다. 90대는 (좋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 모두를 누려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이제 수고를 그치고 쉬는 천국이 있다.

불러만 주면 어디든지 달려가신다는 80노구임에도 녹슬지 않도록 왕성한 활동으로 귀감이 되시는 어느 전직 감독회장을 지내신 목사님, 교계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쁘게 사역하시는 그 모습이 오늘날 일부 맘모스 교회 성취 이후, 또 최고의 수장의 자리 누린 이후 그 다음이 부재한 일부 지탄받는 지도자들의 현실 속에서 이와는 달리 지근거리에서 소박하리만치 나같이 아들 같은 후배와도 격의 없이 대화 나눌 수 있는 목사님과 잠시 자리를 함께 하면서 하늘에서 별빛처럼 쏟아진 위의 단상(斷想)들을 뜻 있는 분들과 나누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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