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에 가슴 따뜻한 임원회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슴 따뜻한 임원회
  • 민돈원
  • 승인 2018.10.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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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는 매분기마다 임원회를 한다. 이 임원회는 어느 교회에서 목회하든 빼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선 임원들이라면 교회 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앎으로써 당해 연도 사업을 위해 세워 놓은 예산과 결산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갖게 하기 위함이요, 동시에 적어도 교회 재정을 임원들에게 만큼은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주는 금년 들어 3번째 임원회였다. 보고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재무부장이 나와서 간단히 보고하는 순서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기타 안건이 있는 경우 자유롭게 발언 하도록 하는 시간도 갖는다.

하지만 대개 임원회는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재무보고만 하고 화기애애하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임원회는 다른 때보다 더 분위기가 따뜻하고 마음 훈훈한 두 가지 발언이 이어졌다. 그 두 분의 이야기 모두 담임목사에 대해 격려와 힘을 실어주는 사랑을 담은 발언이었다.

한 분은 재무보고 지출부분에 담임목사님 해외연수비가 책정되어 있는데 드렸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이었다. 그 발언에 대해 그 내막을 내가 설명할 수밖에 없어서 답변했다. 이번 여름 해외선교지 나갈 때 재무부장이 지출한다고 하자 사실 내가 하지 말라고 말렸다.

왜냐하면 그 당시 행사가 겹치기도 한 이유도 있지만 그런 일이 아니어도 목회 초부터 지금까지 공식 휴가를 가본 적이 없고 휴가비를 책정하지만 가지 않는 이유는 나만의 뜻하는 바 있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받은 휴가비도 있고 또 이래저래 성도들로 부터 해외 간다고 여비로 받은 것으로 충분해서 지출 안 해도 된다는 말을 재무부장에게 했던 것이다.

이런 속에서 그래도 발언한 임원은 드려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이런 이유로 받지 않겠다는 설득이 회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고 들을수록 모두에게도 흐뭇한 말이었다.

또 다른 임원도 나에 대한 발언이었다. 이야기인즉슨 지난번 부흥회 끝난 바로 그 다음 주간 명절에 내가 고향을 못 간 것이 그 분에게 마음이 걸렸는지 지금이라도 승용차도 있으니 가족이 다함께 양가집 모두 휴가를 다녀오도록 해 드려야 한다는 나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고 전체 임원에 대한 제안이었다.

이 역시 명절에 내 아내와 아들들이 시댁만이라도 다녀왔으니 비록 배려해 주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고마운 말이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하고 말았다.

우리 목회자들이 종종 진담 반 농담 반 하는 말로 ‘회의(會議)를 하면 회의(懷疑)가 든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 임원회는 어느 때보다도 특별히 온기가 넘치는 시간이어서 흐뭇했다.

조심스런 이야기인줄 알지만 어떤 모 교회 평신도 대표에게 얼마 전 들은 말이 있다. ‘자기 목사님은 너무 교회를 자주 비우고 다른 데를 잘 다니신다. 심방도 잘 하지 않고 심방 오셔서도 성경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에둘러 하는 경우가 많다.’ 라고 내게 전화한 일이 있다.

물론 그 말만 듣고는 액면 다 수용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평신도들은 사실상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는다기보다 목회자들의 삶을 읽는다고 해야 옳은 것 같다.

지도자는 그래서 어렵다. 스스로 자처할 일도 못된다. 특히 목회자들은 성격상 남 앞에서 말로 인도해야 하는 거룩한 성직이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그 말속에 나타난 내 인격이고 성품이고 내 삶이 뒷받침 되지 않는 말은 자칫 당장 내가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비아냥거리는 면박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에 교회가 따뜻하고 온기 넘치는 길은 대단한 것에 있기보다 사소한 데서 찾을 수 있지 않는가 싶다. 예컨대 목회자는 더 안 받으려하고 임원들은 더 주려고 하고, 목회자는 다 편하지 않으려 하고 임원들은 자신의 것을 드려서라도 더 편하게 해 드리고 싶어 하는 것 말고 더 있으랴?

바라기는 한국교회에 영적 겨울이 오기 전에 이런 따뜻하고 훈훈한 미담이 지속될 때 행복한 교회 행복한 목회가 되어 사람 사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저력 있는 교회가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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