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여유를 갖기
관계에 여유를 갖기
  • 김재용
  • 승인 2018.10.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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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26

은퇴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퇴하니 찾아주는 사람도 없고, 만나자는 사람도 없다고 하시며 만남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교회의 성도들도 담임목회자로 대우하면서 따르고 했는데 어느 순간 모두 떠난 것 같고, 후배 교역자들이 이런 저런 일들을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자주 방문했는데 전화 한통 없는 것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목회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하게 되면 인간관계, 대인관계의 폭이 상당히 좁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노년에는 인간관계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실제적으로 절친했던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되기도 한다. 자식들이 기대했던 만큼 돌봐주지 않는다. 늙으면 배우자가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까봐 불안해한다. 그리고 떠나거나 헤어지는 수 즉 인간관계에서 마이너스 되는 숫자에 비해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대인관계를 넓히기는 어렵다. 즉 플러스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마이너스가 증가하게 됨으로 노년의 인간관계는 좁아지게 된다.

노년기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보내기 원한다면, 관계에 있어서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오랜 세월 같이 사랑하던 사람을 잃는 일은 매우 고통스럽다. 헤어지기 싫고 잃기 싫어서 관계에 연연하다보면, 고부 갈등이 심화되고 자녀에게 기대감이 커지고,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이 자신을 괴롭게 할 것이다. 노년에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로 자신을 규정하는 대신 나 자신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에 집착하면서 헤어지기 싫어서 꽉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 배우자를 선물로 여길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배우자가 나보다 먼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숙고하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내 삶을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스스로 산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집착하며 내 존재를 배우자를 통해 규정하고 살았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노년에는 부부의 사별,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고통이 심각하게 되는데, 타인에게서 나를 찾게 되면 위와 같이 괴로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극히 드물게 된다. 나로부터 다시 관계를 만드는 훈련을 하고, 타인이 규정해주는 내가 아니라, 내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감사하고 사랑하며 관계성을 넓혀가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하는 도움이 된다. 은퇴 이후에 교인과 멀어지게 되니 흔히 “내가 목회를 잘 못했나?”하기도 하고, 후임 목사가 대우하는 모습 속에서 “내가 잘 못 믿었나?” 등등 인간관계, 기타 관계성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하기 때문에 섭섭해 하게 되고, 기대감 이하의 행동들과 대우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에 의해서 내가 평가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를 더 끈끈하게 유지하려고 집착과 애착을 갖게 된다.

관계에 느긋해지기를 하는 것도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는 한 방법이 된다. 상대의 대우에 의해서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락을 안 하고 만나주지 않아도 나는 나였고 나이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철심 같은 관계가 좋다고 여기고 거기서 만족감을 느꼈다면, 노끈 같은 관계도 소중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인 내가 있고 상대편에 상대가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며 느긋한 관계를 형성하는 마음의 여유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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