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전신을 전율케 한다
감동은 전신을 전율케 한다
  • 민돈원
  • 승인 2018.09.2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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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2004년까지 사용한 성경, 현재 사용 중인 성경, 최근 선물 받은 성경
좌측부터 2004년까지 사용한 성경, 현재 사용 중인 성경, 최근 선물 받은 성경

종종 인터넷상 어느 사이트에 회원가입하려면 비밀번호 분실 시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여러 가지 항목 그 중에 하나인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접하게 된다.

‘당신의 보물 1호는 무엇입니까?’

그 때 내 경우는 공공기관이든 기독 사이트이든 이와 무관하게 주저함 없이 ‘성경’이라고 기록한다. 사실 이 질문과 답은 사이트를 접속할 때 매번 나타나지는 않을지라도 시간이 흘러 혹시나 비밀번호를 분실했을 경우 추적할 때 반드시 기록해야 할 절차이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떤 회원가입 시 기록하는 이 항목이 실제적으로 그 사람의 가치관을 묻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보물을 한 성도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목양실에 부재중이었던 어제 이 선물을 잠긴 문 앞에 두고 간 후 카톡으로 마음의 글을 보내 왔고 나중에 와서 선물을 풀어보니 성경선물 안 쪽지에도 가슴 뿌듯한 글을 남겨 놓았다.

“존경하는 민돈원 목사님께

언젠가 보았던 성경책을 보고서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선물 하나 준비했습니다. 헤어진 성경만큼이나 성도들을 사랑하시고 좋은 말씀 전해 주시려는 열의가 많은 귀감과 은혜가 됩니다....(중략)...”

그 성도가 언급한 성경책이 아마도 위에 사진 가운데(중앙) 내 책상위에 있던 지금 사용하는 성경이었던 것 같다. 성경과 찬송이 2000년대 전면 개정이 되면서 오래동안 그 전에 사용하던 성경을 바꾸게 되었다. 그 바뀐 성경이 2011년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지금의 성경이다. 표지가 가죽이 아니라서 표지에서 벗겨지는 잔해가 강단 기도방석에 놓으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지는 등 외관상 심히 낡은 것을 고맙게도 이 성도는 관심 있게 본 것이다. 내부 역시 오래 사용하였기에 어떤 곳은 찢기기도 하고 나만 볼 수 있도록 숱하게 기록되어 있는 메모가 여기저기 역력한 성경이다.

그러나 손에 익숙한 성경이기에 어디든지, 심지어 해외를 갈 때에도 꼭 챙겨갈 만큼 애지중지하고 있다. 이런 때 내 마음을 읽은 이 성도는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제 1호 보물인 성경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어제 실천한 것이다. 감사한 것은 오래 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표시가 물씬 배어있었다. 즉 가죽 표지에 영어로 내 이름까지 새겨 놓은 것을 보고 전신에 전율이 올만큼 감동은 배가(倍加) 되었다. 아마도 성경은 바뀌어도 이 가죽표지는 계속 리폼하여 사용할 수 있을 테니 어쩌면 내 후손에게 가보로 물려줘도 될 성 싶다.

이 성도에 대해 또 다른 재능까지 더 칭찬하고픈 마음이 나를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지만 이 성도 본인이 자신의 정체가 들어나는 것을 원치 않아 이만큼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건 사람은 모름지기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요셉과 사울을 보더라도 그렇듯이 그에 못지않은 대단한 질투가 있는지라 수위조절이 필요하여 이만큼에서 그쳐야 할 것 같다.

은혜도 타이밍, 구원도 타이밍,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마음을 사로잡는 공명과 감동도 타이밍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모두는 골든 타이밍이요, 헤븐리(Heavenly)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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