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다(?)
  • 민돈원
  • 승인 2018.09.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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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마이크로 5핀(흰색)과 미니5핀(회색) 케이블
usb 마이크로 5핀(흰색)과 미니5핀(회색) 케이블

우리가 드물게 쓰는 말 중에 하나가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모든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진리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느 특정한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마음이 너무 여린 사람이 자기 몸에 어떤 병이 무언지 모를 때는 쾌활하게 잘 지내다 병을 알게 된 후 급격히 불안, 초조와 함께 심한 우울증으로 실의에 빠져 산다고 하면 이럴 때는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영국의 유명한 경험주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은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 역시도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듯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다시 말해 안다고 모두가 힘이 있는 것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대체로 ‘알아야 면장한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은 경쟁구도사회에서는 모르면 무시당할 수도 있고 도태되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알아야 출세 길도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 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최근 인터넷 쇼핑물에서 컴퓨터 부품을 구입하려다 그 부품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이른바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그것은 위 사진에 제시한 저 제품 때문이다.
오래전에 구입해 놓았던 대용량의 외장하드에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백업하려고 하다 보니 나중에 알게 된 'usb미니5핀'(회색)이란 용어를 몰라 판매자에게 다음과 같이 그림언어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충전할 때 쓰는 5핀으로 된 것보다 더 상하 구멍이 약간 더 넓은 것 구입하려는데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느냐?’는 식의 물음이었다. 전화 받은 판매자는 무슨 이야기인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서 나 딴에는 좀 더 근접하게 덧붙여서 다르게 설명했지만 오히려 그는 대화가 안 통한다. 는 등 무안까지 주면서 도발적(?)인 말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 충전할 때도 쓰는 그와 같은 5핀으로 된 것이라고 했더니 그것이 미니5핀이란다. 아울러 최신기종 스마트폰 충전시 사용하는 젠더를 마이크로5핀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 부품 용어 하나 모른다고 얼굴도 모르는 판매자에게 무시를 당했다.

모르는 게 결코 약이 아니었다. 모르는 게 수치였다. 물론 이런 말은 상황과 처지가 다를 때 쓰이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번일과 같은 일을 당할 때면 기초적인 사전 학습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저런 컴퓨터 부품의 전문용어의 경우 영어를 모르고 옛날 연세 드신 분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설사 영어를 안다고 해도 우리생활에 밀접한 건축용어나 늘 이용하는 자동차 부품용어가 그러하듯이 특별히 관심하지 않으면 모르는 용어가 적지 않다. <usb 미니 5핀 케이블>이란 용어 속에 숫자 5만 빼고 마이크로, 미니 usb, 핀, 케이블 모두가 영어이긴 하지만 쉬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당 용어 자체를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최근에는 이런 컴퓨터 부품 용어쯤은 상식에 속한다. 옛날 일반상식 시험을 치를 때와는 격세지감을 현저히 느낄 만큼 다른 시대이다.

이런 일이 있고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야 먹고사는 직업인지라 그걸 좀 안다고 답변하는 태도가 당돌하고 괘씸했지만 사실 천국과 지옥이 무언지도 모른 사람이었다면 그 역시도 내가 어떤 말로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나는 그런 방자한 태도와는 달리 적어도 천국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가는지 물었을 경우에 아마도 아주 자세하고도 상냥하게 가르쳐 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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