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단디 먹으라
맘 단디 먹으라
  • 송근종
  • 승인 2018.09.15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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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주변에서 개척교회가 설립되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다. 아마도 교회 건물을 임대하려면 적어도 수천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하고, 개척교회 설립 조건인 12명의 교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지방에서도 정책적으로 비전교회 수를 줄이고자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재수 삼수를 하면서까지 수련목 과정을 거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적어도 개척을 해야 하는 부담을 3년 이후로 미루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리교회에서 지속적으로 목회하기를 원하면 언제인가는 반드시 개척 또는 단독 목회를 해야만 한다. <교리와장정>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길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고된 수련목회자 생활을 마치고 나서 즉시 단독 목회를 나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골 오지의 교회라도 빈자리만 있으면 가겠다고 마음먹어도 빈자리가 없다. 결국 수련목회자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개척교회를 해야 한다. 아니면 군 선교사나 기타 바늘구멍 같은 기관 목회 자리라도 찾아보아야 한다. 수련목이 끝나면 꽃길이 아닌 또 다른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내가 목회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알아볼 것인지 진지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 해답은 이미 걸어가 보지 않아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교회에서 꽃길만 걷던 수련목회자라면 더더욱 심각하게 개척교회 목회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 큰 교회에서는 경험하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목회의 길에서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다가 돌아올 것이라면 아예 가지 않는 것이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서도 좋기 때문이다.

막상 개척교회를 시작하게 되면 크게 낙심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중대형 교회에서는 예배나 행사에 있어서 애써 사람을 모으는 어려움을 겪을 필요가 없다. 예산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왠만하면 소요되는 예산 그 이상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업무나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할까만 고민하면 되었다. 하지만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람을 모으는 일이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더 나아가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큰 교회에서 경험한 노하우(know-how)를 살려서 개척교회에 적용을 해보지만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그렇게 한 두 번 실패하다 보면 낙심을 넘어 절망에 이르기도 한다.

게다가 개척교회를 시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목사는 생존을 위해서 이중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한다. 자녀들이 커가면서는 교육 문제로 인해 사모님이 일을 하기도 한다. 늘어가는 것은 교인이 아니라 카드빚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맞게 되면 서서히 방황하기 시작한다. 목회를 그만둘까도 생각한다. 목회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는 아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새벽기도를 비롯한 영성훈련은 접은 지 오래고, 늘 피곤에 절어 지낸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 도심지의 큰 교회 부목사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요즘 큰 교회도 사정이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요즘 교회마다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부목사를 고용하기보다는 최소 생활비만 주어도 사역할 수 있는 수련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교회에서는 ‘수련목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한번 부목사로 들어가면 시간이 지나도 단독 목회 나갈 곳이 없어서 장기 복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목사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인지라 부목사 지원하기도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목회 현실을 비관하는 어떤 선배는 자녀가 신학대학에 간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오늘날 목회 현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님은 목회를 하고 싶은가? 정말로 목회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도 목회가 꽃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예를 들어 능력이 출중하다든지, 아니면 든든한 목사, 장로 아버지의 빽을 두고 있기 때문인가?

그러나 여전히 목회의 길은 꽃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목회는 전쟁이다. 영적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종이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사탄과의 전쟁이다. 또한 끊임없이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고자 하는 내 육신적인 삶과의 전쟁이다. 진실로 주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사는데 있어서 방해하는 유혹과의 전쟁이다.

이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정신 바로 차려야 한다. 목회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가 되었든 간에 목회자가 넘어지게 되면 그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가 남긴 짐은 교회와 다른 목회자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결심해도 무너지기 쉬운 것이 사람의 결심인데, 아예 각오도 하지 않고 시작하려면 교회에 민폐 끼치지 말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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