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짐에 대한 희비
살 빠짐에 대한 희비
  • 민돈원
  • 승인 2018.09.11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 대다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뱃살 두둑한 자들이다. 체질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예전에 가난했던 시대와 달리 부유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서 오는 체질과 체격의 변화일 것이다.

전에는 못 먹어서 얼굴에 하얗게 버짐이 피고 몸에 부스러기도 나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온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다.

여성가운데 미혼 여성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나이를 불문하고 온통 날씬한 몸 만드는 일이 너나 할 것 없이 요즘의 대세이다. 그래서 만나서 하는 인사도 살 빠졌다는 인사를 건네받아야 행복해 하는 것 같다. 심지어 살쪘다고 하는 날에는 불쾌한 인사로 낙인찍힐 수도 있을 정도이다.

주위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살 빼려는 운동도 이것저것 다양한 것 같다. 예컨대 수영, 사이클, 헬스, 요가, 에어로빅, 그런가 하면 다이어트 요법 등...

어떤 분은 뱃살 빼야 하는 것 때문에 식이요법으로 애를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살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녁에 야식을 하는 경우는 물론 물만 먹어도 그런다 하여 먹는 것에 결코 자유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야식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 해도 체질상 살이 안찌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살 안 찌는 것이 고민이다.

우리나라처럼 외모지상주의를 중시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할 정도이다. 누구든지 특히 여성의 경우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에 대해 나무랄 이유는 못된다. 다만 미의 기준이 어느 특정한 사람을 대상하여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미는 나름대로의 개성을 무시하고 그 미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이런 미로 인해 인간을 상품화함으로써 비인간화할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이런 점에서 정반대이다. 내 아내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하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런 아내가 엊그제 사모들 모임에 갔는데 얼굴에 살이 빠지고 전체적으로도 이전과 달리 살이 빠져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아프냐는 질문만 빼고는 여성으로서는 기분 좋은 소리이다. 날씬해졌다고 하는 말만큼 듣고 싶은 이야기가 그리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내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아픈게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최근 들어 계속 기도해 주느라 진액을 쏟았더니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몸도 무리할 정도로 썼더니 그런 거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한다면 사람이 육체적으로 고된 운동이나 힘든 일을 한다고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온 열정을 쏟아 붓는 기도라든가 섬길 때에도 살 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실험적 결과가 아닐까 본다.

그런데 내 경우는 아내와는 다르다. 아무리 물 아니라 간식, 야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볼 때 특히 여름의 경우에는 교회 일을 위해 땀을 목욕할 정도로 많이 흘릴 때면 살이 빠졌다는 인사를 심상치 않게 듣는다. 그럴 때마다 종종 이런 기도를 할 때가 있다. ‘얼굴 볼에 살이 붙고 몸에 살이 좀 더 찌되 둔하지 않도록 하시고 보는 사람들이 괜한 염려와 불편한 말을 하지 않도록 ...’ 등 등

결국 살이 찌면 찌는 대로 별의별 걱정이 많다. 반대로 살이 빠지면 살이 찐 사람 입장에서야 이들이 부럽겠지만 빠진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근심이 되기도 하니 피장파장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이든 믿는 사람이든 나아가 목회자이건 상관없이 대개가 자기가 보는 대로 또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려 깊지 못한 말을 하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좋은 몸매, 체질, 체형이 살아가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이런 것들에게 우리의 관심과 화제를 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 와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이런 것들에 길들여져 잘못하면 남을 판단하고 왜곡하는 잣대로 사용될 수 있고 나만이 아니라 그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특정인에 대해 장점을 보는 눈은 사라지고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