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부르기 쉬워야 한다
이름은 부르기 쉬워야 한다
  • 민돈원
  • 승인 2018.09.04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가운데 그 이름이 바뀐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바꾸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도중에 특별 관리하여 개명을 해주신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사래가 사라로, 야곱을 이스라엘로, 그리고 신약에 이르러 시몬이 베드로로, 야고보와 요한이 ‘보아너게’ 곧 우레의 아들들이란 이름으로 바뀐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강제로 다른 나라에 종속되었을 경우 즉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하에 있을 때처럼 그 나라 식으로 강제로 개명 당한 경우도 있다. 즉 다니엘을 벨드사살로, 하나냐를 사드락으로, 미사엘을 메삭으로, 그리고 아사랴를 아벳느고로 고친 경우이다. 이와는 달리 그의 공로를 빛내는 의미에서 기드온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던 여룹바알(삿 6:32, ‘바알과 싸우다’란 뜻)이라고 한 예도 있다.

결국 이름은 아무래도 그 사람의 정신이요, 가치요, 정체성 등이란 측면에서 일생동안 꼬리표처럼 그를 대표하기에 누구든지 잘 짓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 부모님들은 특히 불신자들의 경우 대개 사주관상에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찾아가 자식 이름을 작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이런 이름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 이름에 대해 개명할 뜻이 생겨 고향에 계신 아버님께 누가 내 이름을 지었느냐고 여쭈었더니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고모부의 작품이라고 하신다. 아마 그때는 잘 지었다고 했겠으나 내가 들을 때도 가히 부르기가 쉽지 않다는 데 대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개명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름은 남이 나를 부르라고 짓는 것인데 상대방이 부르기 어렵게 지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을 실제 일상생활에서 종종 경험한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물을 때 개인적으로 이름을 알려주어야 할 전화상이나,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서 문서를 받아쓰는 창구 등에서 상대방에게 말로 대답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몇 번 되묻는 경우에는 달갑지 않고 심하면 불쾌하기 까지도 하다.

엊그제 그런 일을 겪었다. 비단 그날만이 아니다. 병원 창구에서 서류를 떼느라고 내 이름을 묻기에 아마도 4번 정도는 말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계속 알아듣지 못하여 결국 나중에는 메모지에 기록하여 주는 일이 발생했다. 내 이름을 말해주면서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 그 당시 마음은 왠지 씁쓸했다.

위와 좀 다르긴 하지만 몇 년 전 큰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 잠시 있었던 일이다. 그 이름 때문에 한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고 이름 바꿔 달라고 성화를 부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 아들이 다니던 국어 교사까지 놀린다고 집에 온 아들이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사라졌지만 부르기 쉽고 성경에 나온 인물이기에 아들이 아예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이면 모세같이 백성들을 주님의 뜻에 따라 인도하는 지도자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따라서 그런 믿음의 인물 되기 원하는 마음을 담아 아버지로서 그에게 이름을 주었지만 그런 정신이 담긴 뜻을 헤아리지 못한 아들은 조롱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 나머지 그럴 만도 했다.

내 아들들은 모두 이름이 한문 없이 호적에 올려 있다. 지금은 옛날처럼 꼭 한문을 넣어야 하는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세라는 이름과 주영(주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하다 보니 굳이 한문이 필요치 않았다.

이에 내 이름도 그렇게 하고 싶은 두 가지 새로운 이름을 구상중이다. 개명한다면 그 무엇보다 첫째 조건은 누구든지 한번 들어도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하겠다. 라는 마음이 내가 당한 뼈저림 때문에 반영될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경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를 위해 성경의 인물들같이 하나님이 직접 바꿔줄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기도하며 성령의 감동을 기다리면서 마음에 확정이 되면 개명 절차를 밟고 싶어 법원에 구비서류를 알아보았더니 그다지 복잡한 것 같지는 않다.

이에 언젠가 내 이름이 새 예루살렘처럼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