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성공을 꿈꾸지 말라
목회의 성공을 꿈꾸지 말라
  • 송근종
  • 승인 2018.09.0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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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신학대학에 다닐 때는 ‘신학회’라는 것이 있었다. 매주 한 번씩 선배 멘토와 함께 대화하면서 ‘신학함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그때 여지없이 묻는 선배의 질문은 “왜 신학대학에 왔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우리 학회의 대부분 신입생들은 나름대로의 “소명”을 소신 있게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하나님이 크게 쓰시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선배 멘토는 목소리를 높이며 아골 골짜기라도 갈 생각이 아니면 아예 지금 신학대학을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하였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핑계 삼아 편하고 성공적인 목회를 꿈꾸는 신입생들의 망상을 깨뜨려 주고자 한 것이었다.

오늘날 신학대학생들을 만나는 이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도대체 저들이 어떻게 목회를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탄식이 많다. 요즘 신학생들은 교회서 봉사하기를 꺼려하고 오히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지방의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않고 도시의 큰 교회에 자리 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유력한 목사나 장로들의 자녀 되는 일부 신학생들은 아예 이름 좀 알려진 교회의 족보를 꿰고 앉아서는 서로의 자리를 돌려주며 교육전도사 자리를 독차지 한다고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해당되는 신학생들이 일부이겠지만 현재 목회를 준비하는 신학생들의 현주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도대체 왜, 신학대학에 진학하였고 목회를 하려는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겠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님은 교인 자녀들 가운데서 신학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을 예배 중 광고 시간에 소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일반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실력 없는 자녀가 신학대학에는 덜컥 합격하여 부끄러워 소개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목회가 세상 지식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목회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물론 신학대학생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닐게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모교에서 신학대학원생을 모집하는 문자를 여러 번 받으면서 이것이 현실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괜한 염려일까?

아무튼 이제 목회를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목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대형교회 담임목사 혹은 언론에 자주 얼굴 비치는 유명한 스타 목사가 되는 꿈은 아예 접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사용하시는 목회자는 어떤 목회자일까? 우리가 늘 신학대학 채플 시간에 반복해서 불렀던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고자 하는 목회자가 아닐까?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고생길이 훤해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두 눈 딱 감고 갈 수 있는 이들이 아닐까? 소위 ‘성공’이 아닌 ‘소명’을 쫓아 나아가는 후배 목회자 보기를 원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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